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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용성 스님의 『각해일륜』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의 아는 마음이 파리와 같다

무릇 모든 병은 아는 데서 나는 것이다. 중생의 아는 마음이 파리와 같다. 파리가 모든 물건마다 옮겨 붙되 불꽃 위에는 엉겨 붙지 못하나니 중생의 아는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다.

아는 가운데에 두 가지 병이 있으니 하나는 마음이 총명하여 잘 아는 것으로써 계교를 잘 내고 생각을 잘하여 재주로 도를 알려고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모든 법을 입으로 의논하여도 알 수 없고 마음으로 생각하여도 알 수 없다고 하는 두 가지 병이 있다. 이 아는 병으로부터 유심병(唯心病)을 내는 것이니, 혹 어떤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뜻뿌리로 분별하여 아는 것과 이 여섯 가지 문으로 감각하여 아는 것을 지키라고 하는 자도 있으니 이것은 육근의 광영(光影)을 지키는 것이므로 종놈을 그릇 알아 상전을 삼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혹은 공(空)함을 돌이켜 보라고 하는 자도 있으며, 공을 증득하는 것으로 도를 삼는 자도 있으나 이것이 다 병이다. 혹은 나의 본심으로 계행(戒行)도 가지고 절도 짓고 성사(聖事)도 하는 등 모든 복덕을 지어야 대각이 된다고 하는데 어리석고 못난 병인 것이다. 어찌 그러한가? 나의 본성은 억지로 조작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보아라! 허공을 사람이 만드는 것인가? 우리의 본성을 짓는 것으로 아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이다. 네가 아는 마음으로 무량겁을 이리저리 생각하여 볼지라도 추호도 상관이 없다.

그러면 모르는 마음이 도인가? 혹 어떤 사람들은 무심이 도라 하여 일부러 무심을 짓되 얼굴을 잊어버리고 마음을 죽이고 얼굴은 고목나무와 같이 하고, 마음은 찬 재와 같이 하는 자가 있으니 이것이 병이다. 혹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아는 것으로 도를 삼으며, 혹 어떤 사람들은 어느 때든지 마음을 쉬라, 쉬고 쉬어가면 정념(情念)이 나지 아니한다 하니 이것은 달마성사께서 중국에 처음 오셨을 때 이조 혜가 성사께서 밖으로 달려 구하는 마음을 쉬지 못하여 한없는 총명으로 마음으로, 성품이니, 이치이니 등 여러 가지를 설하여 도를 증거하거늘 달마대사께서 이조 혜가를 꾸짖어 말하되 “네가 도를 알고자 한다면 밖으로 모든 인연으로 제거하여 버리고, 안으로는 마음이 헐떡이지 아니하여 장벽 같이 하여야 도에 들어가리라.” 하시니 혜가는 달마대사께서 말씀하신 그 자리에서 모든 인연을 쉬고 크게 깨쳤다. 이것은 혜가의 내달리는 마음을 없애라는 잠시 방편이지 진실한 법이 아니거늘 지금 사람들이 마음을 고목나무와 돌덩이 같이 만들려고 하니 참으로 불쌍하도다.

도를 진실히 참구하여 진실히 깨치는 것이 옳거늘 눈치와 말로 알려고 하니 참으로 어리석다. 무상대도를 진실히 깨닫지 못하고 어떻게 눈치로 알고, 말로 알며, 문자에 있는 언설로 알겠는가? 또 하나는 말없이 고요히 잠잠한 것으로도 알 수 없다. 나의 진면목은 적묵(寂默)도 아니요, 유심이라, 무심이라, 언어라, 적묵이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진성을 모르는 사람인 것이다.


용성 스님은

용성(龍城, 1864~1940) 스님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서 태어나 16세 때 해인사 극락암으로 정식 출가했다. 무자화두를 참구해 23세 때까지 4차에 걸쳐 깨달음을 얻었으며 제선 스님 등 선지식들과 법거량을 나누기도 했다. 40세 이후 선회(禪會)를 개설해 수많은 납자들을 지도했으며 3·1운동 때는 민족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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