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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만해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내가 불교를 믿는 까닭

나는 불교를 믿습니다. 아주 일심(一心)으로 불교를 지지합니다. 그것은 불교가 이러한 것이 되는 까닭입니다.

(1)불교는 그 신앙이 자신적(自身的)입니다. 다른 어떤 교회와 같이 신앙의 대상이 다른 무엇(예를 들면 신이라거나 상제라거나)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자아라는 거기에 있습니다. 석가의 말씀에 ‘심즉시불 불즉시심(心卽是佛 佛卽是心)’이라 하였으니, 이것은 사람사람이 다 각기 그 마음을 가진 동시에 그 마음이 곧 부처(佛)인즉 사람은 오직 자기의 마음 즉 자아를 통해서만 불을 이룬다는 것이외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소위 자아라 함은 자기의 주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物)을 떠나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사람과 물을 통해서의 ‘자아’입니다. 즉 사람사람의 오성(悟性)은 우주 만시 우주 만유화할 수 있는 것이외다. 이 속에 불교의 신앙이 있습니다. 고로 불교의 신앙은 다른데 비하여 예속적이 아니외다.

(2)불교의 교지는 평등합니다. 석가의 말씀에 의하면 사람이나 물(物)은 다 각기 불성을 가졌는데 그것은 평등입니다. 오직 미오(迷悟)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소위 미오의 차라 하는 것도 미(迷)의 편으로서 오(悟)의 편을 볼 때에 차이가 있으려니 하는 가상뿐이요, 실제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깨달으면 마찬가지입니다.

(3)근래의 학설로나 주의(主義)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심론(唯心論)과 유물론(唯物論)이외다. 그런데 다만 피상으로 볼 때에는 불교는 유심론의 위에 선 것이라 할지나 실상은 불교로서 보면 심(心)과 물(物)은 서로 독립치 못하는 것입니다. 심이 즉 물[空卽是色]이요 물이 즉 심[色卽是空]이외다. 고로 불교가 말하는 ‘심’은 물을 포함한 심이외다. 삼계가 오로지 마음[三界唯心], 마음 밖에 물이 없다[心外無物]이라 하였음은 즉 불교의 ‘심’이 물을 포함한 심인 것은 더욱 분명합니다. 그러면 하필 왜 심이라고 편칭(偏稱)하였는가. 그것은 특히 우리 사람을 두고 말하면, 물 즉 육(肉)이 심을 지배하는 것보다 심 즉 정신이 육을 지배하는 편이 많아 보이는 까닭이외다.

그러면 불교의 사업은 무엇인가. 이른바 박애요 서로 돕는 호제(互濟)입니다. 유정무정, 만유를 모두 동등으로 박애, 호제하자는 것입니다. 유독 사람에게 한할 것이 아니라 일체의 물을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이 제국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것이 실세력을 갖고 있는 오늘에 있어서 이러한 박애, 이러한 호제를 말하는 것은 너무 우원한 말이라 할지 모르나 이 진리는 진리이외다. 진리인 이상 이것은 반드시 사실로 현현될 것이외다.

요컨대 불교는 그 신앙에 있어서는 자신적이요, 사상에 있어서는 평등이요, 학설로 볼 때에는 물심을 포함, 아니 초월한 유심론이요, 사업으로는 박애·호제인바, 이것은 확실히 현대와 미래의 시대를 아울러서 마땅할 최후의 무엇이 되기에 족하리라 합니다. 나는 이것을 꼭 믿습니다.


만해 스님은

만해(萬海, 1879~1944) 스님은 충남 홍성이 고향으로 18세에 설악산 오세암으로 출가했다. 수행과 교학연구에 매진하다가 1910년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만주, 시베리아 등을 방랑하다가 돌아와 교편을 잡기도 했으며 불교대전 등을 펴내기도 했다.

이후 1919년 3·1운동을 이끄는 등 평생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스님은 시인, 소설가 언론인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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