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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돈오돈수인가 돈오점수인가 上

기자명 법보신문
성철 “점수, 거짓 선지식 잘못된 이론” 주장
법정 “부처님도 돈오 이후 점수했다” 반박


현대 한국불교에서 오랜 기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논쟁 가운데 하나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인가’, ‘돈오점수(頓悟漸修)인가’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돈점’ 논쟁의 시작은 1981년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던 성철 스님이 자신의 저서 『선문정로(禪門正路)』에서 보조 지눌 스님의 돈오점수 사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비롯됐다. 스님은『선문정로』에서 “지눌의 돈오점수설은 깨치지 못한 거짓 선지식이 알음알이(知解)로 조작해 낸 잘못된 수행이론으로 알음알이는 깨달음을 이끌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깨달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며 “이 같은 돈오점수 사상을 신봉하는 자는 전부 지해종도(知解宗徒)이며 이단사설(異端邪說)에 현혹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성철 스님에 따르면 ‘돈오돈수’의 의미는 깨침과 닦음이 점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완성된다는 것으로 ‘궁극적 깨달음인 증오(證悟)를 위해서는 해오(解悟) 이후 점수(漸修)가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눌의 주장은 영원히 깨달음의 길을 등지는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이는 해오 이후의 닦음은 결국 증오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므로 그것은 증오를 실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업장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이 같은 주장은 800여년 이상 한국 선불교 조계종의 종조 내지 중흥조로 추앙받으면서 절대적 권위를 누려오던 보조선(普照禪)에 대한 최초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당시 학계 뿐 아니라 교계 안팎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는 성철 스님이 당시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이자 선사라는 이유로 즉각적인 반론을 제기하지는 못했다.

성철 스님의 주장에 대해 처음으로 반론을 제기한 것은 이종익 박사였다. 이종익 박사는 「보조선과 화엄」(한국화엄사상연구, 1986)에서 “최근 모 선사(성철 스님)가 보조국사의 『법집별행록절요(法集別行錄節要)』의 첫머리 몇 줄만 보고 보조를 지해종도에 불과하며 그를 신봉하는 자도 지해종도라고 망언하는 것은 그의 문자식견(文字識見)을 크게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며 “선사(禪師)도 편견·독단에 치우치면 그것은 불법의 큰 적(賊)이 된다는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성철 스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종익 박사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보조국사의 저술을 제대로 읽지 못해, 보조 스님이 돈오점수만을 설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보조 스님은 현생에 큰 발심을 낸 일반인(大心凡夫)에게는 일생동안 성불을 위해 수행을 해야 함을(頓悟圓修 一生成佛) 강조했고, 전생에 이어 오랜 기간 닦음을 이어온 이(宿世緣熟者)에게는 그 근기에 따라 돈오돈수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철 스님의 보조선에 대한 폄하는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법정 스님은 「보조사상」1집(1987) 권두언을 통해 “중생계가 끝이 없는데 자기 혼자 돈오돈수로 그친다면 그것은 올바른 수행도 아니고, 지혜와 자비를 생명으로 대승보살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성철 스님의 주장을 반박했다. 법정 스님은 “석가모니의 경우, 보리수 아래서의 깨달음은 돈오이고, 이후 45년간 교화활동으로 무수한 중생을 제도한 일은 점수에 해당 된다”며 “돈오점수를 자신의 형성과 중생의 구제로 풀이한다면 그것은 바로 알아야 바로 행할 수 있고, 그런 행의 완성이야말로 온전한 해탈이요 열반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목정배 교수는 「선문정로의 돈오관」(1988)를 통해 “보조국사가 고려시대에 조계선을 중흥하는데 그 공로가 지대하더라도 원증돈오(圓證頓悟)와 거리가 있다면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문정로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논쟁을 확대시켜 나갔다.

성철 스님의 보조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이른바 ‘돈점’ 논쟁은 이후 보조사상연구원이 1990년 송광사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본격화됐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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