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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⑦

기자명 법보신문

발심, 중생이 부처로 살겠다는 서원

<사진설명>해인사 화엄경변상도

불교를 포함한 종교에서 믿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먼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신심의 문제는 종교 속에 크게 자리 잡아왔고, 수많은 이야기와 문헌에서 그 신비로운 힘이 강조되어왔다.

『화엄경』에서는 신심이 모든 수행의 기반으로서, 믿음 없이는 깨달음도 얻을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 신심의 공덕으로서 우선 중생이 수행자로 바뀌게 됨을 보이고 있다. 즉 발심(發心)하여 보살이 되는 것이다. 보살의 수행계위에 있어서는 보살이 처음 머무는 자리인 초발심주에 오르는 것이다. 보살의 주처는 10주(十住)로 통틀어 포섭하고 있는데 그 초주에서 발심한다고 하여 초발심주라 하는 것이다.

발심이란 깨달음의 마음인 보리심을 내는 발보리심(發菩提心)이다. 그것도 부처님과 똑같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다. 다시 말해서, 발심한다는 것은 중생이 자기 본래 모습인 부처로 살고자하고, 부처님과 같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화엄경』에서는 놀랍게도 이 초발심주에서 발심하면 곧 정각(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이룬다고 교설하고 있다. 『화엄경』의 전체 구성과 핵심교의를 읊은 「약찬게」와 「법성게」에서도 이를 주목하여 처음 발심할 때가 문득 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읊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중생이 발심하여 보살이 되고, 그 후에 긴 세월동안 자리이타의 수행을 통하여 마침내 정각을 이루어 성불한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화엄경』에서는 초발심하는 그때가 곧 정각을 이루는 때이며, 중생과 보살과 부처가 다르지 않은 그 자리가 바로 신심이 원만한 자리인 것이다.

「현수품」에서는 이러한 신심과 보리심의 공덕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고 있는데, 그 공덕의 내용에서도 신심 내지 『화엄경』의 특징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즉 발심에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42계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공덕이 다 아우러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자나부처님이 입정해 계시는 해인삼매까지도 신만(信滿)의 자리에서 보이고 있다. 신심이 포섭하고 있는 각의 자리에서 해인삼매를 비롯한 무수한 삼매가 설해진 것이다. 이는 묘각의 경계인 「이세간품」에서 설하고 있는 2,000가지 수행 역시 모든 수행계위에서 행해지는 보살행을 망라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수행의 자리 역시 모든 법이 그 자성이 공하여 서로 다르지 아니한 상즉(相卽)의 경계인 것이다.

그러면 보리심이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내는 것이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인가? 이 보리심에 대해서는 선재의 선지식들이 구법자 선재의 발심을 칭찬하면서 구체적으로 설하고도 있다. 특히 미륵보살선지식은 다양한 비유로 보리심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보리심은 등불과 같으니 보리심 등불이 중생의 어두운 마음 방에 들어가면 일시에 밝아지기 때문이다. 보리심 등불의 등은 마음이고, 불빛은 지혜이며, 기름은 대비심이고, 심지는 서원이다. 그러한 보리심등불이 신심에 의해서 보리심의 지혜광명을 내는 것이다.

해운비구 선지식은 이러한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대비심·대자심·안락심·요익심· 애민심·무애심·광대심·무변심·관박심(寬博心)·청정심·지혜심을 내는 것이라고 보리심의 10심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초발심의 공덕에 대해서「초발심공덕품」에서는 비유를 통하여 점층적으로 그 공덕이 한량없음을 설하고 있으니, 그 어떤 공덕도 초발심한 공덕에 견줄 수 없음은 초발심함으로써 바로 부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대비심을 냄이니, 널리 일체중생을 구하는 까닭이며/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대자심을 냄이니, 평등히 일체 세간을 도우는 까닭이며/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안락심을 냄이니, 일체 중생의 고통을 멸하게 하는 까닭이며/
〈中略〉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지혜심을 냄이니, 널리 일체 지혜바다에 드는 까닭이다.

「梵行品」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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