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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썩이는 상좌는 전생에 나의 스승

기자명 철우 스님
나는 사형으로부터 '새해에는 꼭 도제를 한 사람 두게 해 달라'는 실행 될 수 없는 화두를 받았다. 지금 우리의 주위에는 제자가 은사스님을 뵙고 3배의 예(禮)로 문안을 드리면 '누구시더라?' 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도제(徒弟)가 많아서 몇 인지도 모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 명도 없는 이도 있고, 지은 바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겠지만 한 명의 도제를 얻기 위해 일부러 큰절 살이를 하는 이도 있다.

스승은 한 번 도제로 삼으면 도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는 알아야 한다. 고분고분 할 때는 효상좌로 보다가 그렇지 못할 때는 귀찮고 힘들어하는 도제도 두지 말아야 한다. 세속인도 자식을 하나 얻으면 갖은 공을 다 드리는데 말이다.

도제가 된 사람은 한 번 스승으로 모셨으면 한 줌 재가 될 때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 또 스승 보기를 존경하고 공경하는 수행자 그대로 보아야 한다. 시체말로 줄 잘서야 할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필요할 때는 스승을 하늘처럼 모시다가 그렇지 않으면 남보다 못하다면 말이 되겠는가 말이다. 1년에 한 두 차례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제자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여기 저기 찾아다니면서 법제자로 호를 여럿 받아두었다가 훗날 사는 곳에 따라 호를 바꿔 쓰기도 한다. 이런 일은 스승들에게 있어 가장 당혹한 일이다. 아무리 갈 때까지 간 세상이라도 아직까지는 이런 일이 있으면 스승이 가장 가슴 아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하면 죄송한 일이라 하는 것까지는 안다는 것이다.

나는 늦깎이 은사스님을 둔 덕으로 중간에 스승이 늦깎이라는 것을 알고 주민등록 옮기듯이 스승을 옮겨가는 사형제를 봤다. 옮기기 전이나, 옮긴 뒤의 두 스승 모두에게 아픔을 주는 것을 자세히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능력 뛰어난 사람이 되거나, 큰 절 주지가 되거나, 큰 선지식이 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세속사람들은 자식을 두려면 작은 인연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님네는 도제를 만들 때, 출가 전에는 어디서 무엇을 했고, 출가하여 계를 받아 중이 되었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살피지 않아 그것이 이런 원인이기도 한다.

도제가 되고 도제를 두는 일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속썩이는 도제는 전생에 우리의 스승이다. 우리가 너무 스승을 애먹인 과보로 금생에는 반대로 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상하게 보살피는 것은 스승의 의무요. 스승을 바꾸지 않는 것은 도제의 의무이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장 vinayabul@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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