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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⑩

기자명 법보신문

차별이 원융회통할때 화엄세계 펼쳐져

<사진설명>국보 202호. 대방광불 화엄경 진본 「권37」

주머니는 열고 닫으면서 주머니 역할을 한다. 주머니를 묶어서 영 닫아버리고 만다면 주머니로 고착되면서 더 이상 주머니의 묘용이 나오지 아니한다. 주머니로서 쓸모가 없게 되어 더 이상 주머니가 아니게 된다. 모든 존재는 연(緣)을 따라 이루어지니, 자기자리를 고수하지 않는다.

초발심 자리 역시 초발심만의 자리가 아니다. 처음 발심하는 자리와 정각이루는 자리가 원융으로서 한자리이다.[發心正覺常共和] 한자리가 전체자리이고[一位一切位] 하나의 행이 전체행이니[一行一切行], 하나가 이루어질 때 전체가 이루어진다.[一成一切成] 화엄수행은 이러한 돈오돈수의 성격이 있다. 그러면서 낱낱 차별적 장엄상이 펼쳐지는 것이 돈오점수로서 주·행·향·지(住行向地)의 보살도이고, 깨달음의 신통묘용이다. 그것은 각기 다른 차별적인 항포차제문으로 전개되면서 원융문으로 회통되어, 초발심시변정각 내지 중생이 곧 부처[衆生卽佛]인 화엄세계가 보살도를 통해 드러난다. 궁극의 실제가 무진 바라밀의 중도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선재동자도 선지식을 만날 때마다 해탈문을 증득함으로써 법계에 들어감을 보여주고 있으나, 실은 본래 법계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난 적이 없는 구래불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선재동자와 선지식이 닦아 이룬 수많은 해탈문을 포함해서『화엄경』에서 교설하고 있는 한량없는 수행방편은 십지수행으로 포섭할 수 있으며, 이는 또 십바라밀로 거둘 수 있다.
십지의 지(地)는 지혜의 상징으로서 지지(智地)이다. 십지 법문을 설하는 설주는 금강장(金剛藏)보살이니, ‘금강’과 ‘장’ 모두 지혜의 상징이다. 장(藏)은 땅[地]과 같이 갈무리하고 내어 쓸 수 있는 함장(含藏)과 출생(出生)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전체 보살지위를 대표하고 모든 보살도를 포섭하는 십지의 이름과 설주의 상징성이 지혜인 것은 전체 보살도가 한마디로 지혜의 행이라는 것이니, 말하자면 지혜가 일체 덕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십지의 명목은 환희지·이구지·발광지·염혜지·난승지·현전지·원행지·부동지·선혜지·법운지이다. 그 이름이 갖는 의미를 차례로 보면, 기쁨에 넘치는 지위, 번뇌의 때를 여의는 지위,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 지혜가 매우 치성한 지위, 진제와 속제를 조화하여 이기기 어려운 지위, 지혜로 진여를 나타내는 지위, 광대한 진리의 세계에 이르는 지위, 다시는 동요하지 않는 지위, 바른 지혜로 설법하는 지위, 대법우를 내리는 지위이다.

이 십지에서 강조되는 수행법을 통해서도 화엄경이 일승경전이고 화엄보살도가 일승보살도임을 잘 알 수 있다. 십지의 수행방편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차례로 십바라밀에 배대되기도 하고, 초지에서 제4지까지는 사섭법(보시섭·애어섭·이행섭·동사섭)에 배대되기도 한다. 그런데 십지에서 차제로 배대되어 차별적으로 수행되는 특수한 수행법 또한 있으니 발원(發願), 지계(持戒), 각법(覺法), 조도(助度), 정도(正道), 관법(觀法), 행도(行度), 부동(不動), 설법(說法), 변만(觀 滿)이다.

즉 초지인 환희지에서는 열가지 큰 원[十大願]을 일으키고, 제2지에서는 선업을 닦고[十善業道], 제3지에서는 유위법의 실상을 관찰하고[十法印], 제4지에서는 보리 돕는 법을 닦고[三十七助菩提分法], 제5지에서는 성스러운 진리를 실상대로 알고[四聖諦, 八正道], 제6지에서는 인연법을 순역으로 관찰하고[十二緣起], 제7지에서는 바라밀을 구족하고[十波羅蜜], 제8지에서는 남이 없는 지혜를 얻고[十忍], 제9지에서는 걸림없는 변재를 얻고[四無觀 辯], 제10지에서는 일체지지(一切智智)의 직책을 받는 지위에 들어가 삼매와 해탈과 신통 등을 모두 성취한다[雨大法雨 充滿法界]

여기서 초지의 발원은 대승보살의 기본이니, 대승보살은 원생보살이기 때문이다. 다음 제2지에서 제6지까지의 수행방편은 처음 대승불교가 일어날 즈음에는 대승이 폄칭했던 소승의 수행덕목이었고 그 대표되는 것이 성문의 사성제와 연각의 12연기이다. 그런데 십지에서는 유심적 재해석을 거쳐 화엄보살의 주요한 수행방편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7지에서 수행하는 대승보살의 십바라밀과 아울러 일불승(一佛乘, 一乘)의 수행덕목이 되어 다시는 물러섬이 없이 결정코 구경에 이르는 수행여정이 된 것이다.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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