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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만공 스님이 1927년 12월 8일 쓴 선림계서

기자명 법보신문

어찌 옛 성인을 모범하지 않는가

화엄경에 이르되 “만일 사람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할진대 뻑뻑이 법계의 성품을 관하라. 모두가 마음으로 짓는 것이니라”하시었으며, 법화경에 이르되 “대통지승불이 십겁을 도량에 좌하되 불법이 앞에 나타나지 아니하여 불도를 이루지 못하였다”하시었으며, 원각경에 이르되 “모든 중생의 갖가지 환화가 다 여래의 원각묘심에서 나왔다”하시었으며, 금강경에 이르되 “만일 모든 상을 보되 상이 아님을 관하면 곧 여래를 본다”함이 다 이 마음 법을 말씀하심이니라.

그러기 때문에 마음이란 것은 모든 현인과 성인의 할아비이며, 모든 법의 근원인고로, 전불·후불이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하시고,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시었나니라.

부처님이 다자탑 앞에서 가섭존자와 자리를 나누시고,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시었으며, 사라쌍수 아래 곽 속에서 두 발을 보이사, 이 세 곳에서 마하가섭에게 교외별전 법을 전하시고, 가섭이 아난에게 전하사 33대에 걸쳐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함이 덕숭산에 이르러, 경술년으로부터 이제까지 30회에 달한 바, 무슨 법으로써 사람을 위하였는가?

이것은 바로 부처님과 조사의 심인이며, 모든 중생의 본래 면목이니라.

세존께서 설산에 계시사 6년 동안을 앉아 움직이지 아니하시고, 달마 대사가 소림굴에 계시어 9년 동안을 말이 없으시고, 조주대사가 30년 동안을 잡된 생각 없이 한결같이 마음을 씀이 다 이 낱을 닦아 증함이어늘, 요사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옛 성인을 모범하지 아니라는고!

만일 옛 성인을 모범하지 아니하고는 자기를 구제함도 다하지 못하리니, 어찌 중생을 제도하겠는가?

슬프다! 대법이 침륜하매 마구니와 외도가 치연하여 실과 같이 위태한 부처님의 혜명을 보존하기 어려움은 실로 오늘의 현상이다.

이에 백가지 폐단이 일어나 제산의 학자가 안으로는 발심의 기틀을 잃고, 밖으로는 메마름을 치료할 바탕이 없으므로, 이에 느낀 바 있어 작으나마 조도의 자량을 근역 선림에 향을 사르고 바치노니, 근역 선림의 오늘날을 충분히 판단하는 뜻이 있는 여러분들이여! 3요를 힘써 갖추고, 2리의 바탕을 이에 비롯하여, 근역의 선림을 부흥시키고, 설산의 좌선과 소림의 묵언과 조주의 용심을 모범하여 깨달아 닦아 증함이, 옛 부처로 다름이 없이하여, 부처임과 조사의 정맥을 위로는 영산에 대를 잇고, 밑으로는 용화에 이르게 하여, 3세에 현현한 가풍을 떨치고, 사방에 크게 모범을 지어서 사생과 육도의 미한 중생을 제도하여, 함께 금선을 증득하여지기 분향하노라.

삼단 등 시주로 육도를 같이 닦아, 샘이 없는 과를 뚜렷이 하여 함께 부처를 이루어지이다.

만공 스님은
만공 스님(1871∼1946)은 1871년 전라북도에서 태어나 1883년 공주 동학사에서 출가해 서산 천장사에서 사미십계를 받아 득도 한 후 1901년 백운암서 범종 소리에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스님은 이후 덕숭산에서 후학을 지도하며 선불교 중흥을 선도했고 수덕사를 비롯해 견성암, 간월암, 정혜사 등을 중창했다. 1920년에 선학원을 설립하고 1937년 조선총독부 주최로 열린 주지회의에서 일제의 불교정책 반대하고 질타한 일화가 유명하다. 선우공제회운동에 참여하고 덕숭산 상봉에 전월사를 설립하며 선풍을 크게 드날린 스님은 1946년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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