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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日고마자와대 이시이 코우세이(石井公成)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도식화된 연구 틀 깨고… 동아시아 불교 재정립

이시이 코우세이 교수는 일본 불교학계 내에서도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발상력을 기초로, 기존의 사상사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시점을 제공하는 학자로서 알려져 있다.

전공은 기본적으로는 중국 화엄종·선종·지론종 등인데, 이를 기초로 주변지역인 한국·일본·베트남의 불교 사상과 역사까지 연구가 미치고 있다. 나아가 순수 불교학에 머무르지 않고,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 그리고 최근에는 근대 아시아 제국(諸國)에서의 불교와 내셔널리즘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또 불교학연구에 컴퓨터를 도입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선생의 연구실적을 몇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제는 화엄사상의 연구이다. 이시이 교수의 문제의식 및 연구방향은 주요 저서인 『화엄사상의 연구』(1996년)의 〈머리말〉에 잘 나타나 있다. 이시이 교수는 원래 화엄 교학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중국 화엄종의 조사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통의 사상을 의식하면서 스스로의 교학을 구축했는지, 그리고 그 교학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어떻게 전개해 갔는지를 밝히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그러한 문제의식 자체가 전통적인 불교학에 묶여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이시이 교수의 연구 스타일은 일본의 전통적인 불교학 안에서 체계화되어 무의식적으로 고정화된 사고의 틀, 즉 중국-한국-일본이라는 폐쇄된 지리적인 영역, 그리고 인도에서 중국, 그리고 일본으로 흐르는 일방적인 시간의 틀(佛法東漸史觀)을 재검토해서, 실제의 문헌에 입각해서 역사적인 실정을 밝히는 방법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3國史 부정

두 번째로, 화엄 교학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시이 교수가 밝힌 것은 지론종의 교학이다. 그는 일본의 가나자와문고(金澤文庫)에 보관돼 있는 『화엄경 양권지귀(華嚴經兩卷旨歸)』라는 문헌을 연구했다. 이는 지론종남도파(地論宗南道派)에 속하는 화엄경 지상주의자(華嚴經 至上主義者)가 수말(隋末)내지 당초(唐初)에 저술한 것임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신라 의상 문류(門流)의 사상을 수용해 일본의 나라시대 화엄 학자 수령(壽靈)에 의해 비판된 〈유미자(有迷者)〉의 사상과 공통되는 부분을 포함한다. 그래서 돈황사본(敦煌寫本) 중의 지론종 남도파의 문헌을 조사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시점에서 의상의 유도나 고려 균여의 저작을 연구했다.

日 고전문학 속의 ‘불교’ 연구

세 번째로, 선종사 연구에서는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이나 당나라 때에 활동한 노안(老安) 등 주로 초기선종사를 연구 했다. 즉 홍인(弘忍) 문하에서는 돈오(頓悟)를 강조한 노안을 발굴하고 마조(馬祖)나 그 제자들의 세대에 이르기까지, 선종이 일관되게 『능가경(楞伽經)』을 중시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종래는 징관(澄觀)의 단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여겨져 온 ‘화엄종과 선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 이전의 지엄(智儼), 의상(義湘), 법장(法藏)의 단계에서 이미 화엄종이 선종을 의식해 교학을 형성했으며 『오교지관(五敎止觀)』 등 두순이나 법장의 작으로 여겨지는 관행문헌(觀行文獻)의 상당수가 선종에 대항하기 위해서 법장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등을 밝혔다.

네 번째로는 주변지역의 불교 연구이다. 우선 한국의 불교에 대해서는, 의상의 「법계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종래 지적되어 있지 않았던 「법계도」의 반시(盤詩)라는 형식에 대해서, 중국의 회문시(回文詩)와의 관련을 지적함과 동시에, 사상적으로도 지론종이나 초기선종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나아가 법장의 저작으로 여겨져 온 『화엄경문답(華嚴經問答)』이 의상의 강의록을 문하가 기록한 것임을 밝혔다. 원효의 연구에서는 이른바 화쟁사상의 배경으로서 중국 사상이나 『능가경』의 사상과의 관련을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의상이나 원효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성립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석마가연론(釋摩訶衍論)』의 연구를 해서, 그것이 의상과 원효의 양자의 사상이 융합한 것임을 논했다. 또 베트남에 대해서는 자남(字, chu nom)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성립한 한자는, 다라니 등의 범어를 음사(音寫) 하기 위해 당나라 때에 만들어진 한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밝혔다.

다섯 번째는 불교와 문학과의 관련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 대상은 『만요우슈(萬葉集)』, 『니혼료이키(日本靈異記)』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 『다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등 일본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만큼 유명한 작품들이다. 선생은 그것들이 얼마나 불교문헌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그 배경이 된 역사들을 인물과 연계시켰다.

예를 들면 『한시(漢詩)로부터 와카(和歌)에까지』라는 논문에서는, ‘일본문화라는 것이 어느 시점으로부터 독자성을 보이기 시작할까’를 백제 왕씨의 혈통을 받는 문인들의 활약에 주의하면서 연구했다. 또 『만요우슈』의 연구에서는 조식(曹植)의 한시와의 관계를, 『겐지모노가타리』 연구에서는 안지추(顔之推) 작품과의 관계를, 베트남 국민문학  『금운교(金雲翹)』의 연구에서는 일본의 『겐지모노가타리』나 한국의 『금오신화(金鰲新話)』 등 주변지역의 문학 작품을 원용하면서 문화의 상호 교류의 시점을 도입했다.

여섯 번째로, 근대 아시아 제국(諸國)의 불교와 내셔널리즘과의 관계에 대해서이다. 대표적인 논문으로는 「대동아공영권의 합리화와 화엄철학」 시리즈가 있다. 이것은 제2차세계대전(第二次世界大戰) 중에 일본이 주창한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라는 생각을 합리화할 때, 기히라 다다요시(紀平正美)나 교토학파(京都學派) 등이 이용한 화엄철학이 큰 역할을 한 것을 논한 것이다.

그 외 국가주의와 불교와의 관련에 대해서, 미쯔이 코우시(三井甲之), 키무라 시게유키(木村卯之) 등 이 정토진종의 개조인 신란(親鸞)을 찬앙(讚仰)해서 ‘나무일본(南無日本)’이라 주창한 초국가주의자들의 사상을 밝혔다.

신수대장경 DB화 작업

또 불교인론의 ‘전쟁책임’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치카와 하쿠겐(市川白弦)이라는 인물을 들어 논했다. 최근에는 근대 아시아 제국에서의 『기신론』연구가 국가주의와 결합되고 있던 것이나, 20세기 초의 스리랑카와 일본의 국가주의적인 불교도들의 교섭, 그리고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 등이 강조한 ‘선과 일본문화’라는 도식을 재검토하는 논문도 발표했다.

일곱 번째로, 불교학 연구에 컴퓨터를 재빨리 도입한 것이다. 타이쇼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을 전자 텍스트화한 텍스트 데이타베이스(SAT), 일본에서 발행된 불교학 관련 잡지의 논문 데이타베이스(INBUDS)의 구축작업, N-gram이라는 자연언어 처리의 방법을 불교학연구에 도입한 것이 그것이다.

선생이 일본의 한자문헌정보처리연구회의 동료들과 함께 N-gram 을 기초로 개발한 분석수법으로 NGSM이 있다. 이것은 여러 문헌의 비교·분석을 하기 위한 소프트이며, 이시이 선생님은 이것을 성립이 수수께끼에 싸이고 있는 『대승기신론』의 연구에 응용했다. 즉 NGSM을 이용해서, 『기신론』의 용어와 어법(語法)을 다른 문헌과 자동적으로 비교함으로써, 『기신론』이 어느 역경자(譯經者)와 가까운 관계에 있을지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 『기신론』은 『금강선론(金剛仙論)』, 『십권능가경(十卷楞伽經)』 등을 번역한 보리류지(菩提留支)와 관계가 깊고, 범문번역(梵文飜譯)에 근거하는 부분과 중국인이 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순수한 인도 선술(選述)과도 중국인의 작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점 등을 밝혔다.

이상을 정리하면, 이시이 교수의 관점은 현재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실을 항상 의심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그 허구성을 폭로하고, 실정을 밝혀 가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인상으로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시이 교수와 같은 폭넓은 지식, 교양, 발상을 가진 연구자에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시이 교수는 앞으로도 우리를 계속 놀라게 할 것이다.

 사토 아츠시(일본 동양대 강사)


이시이 코우세이 교수는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6년, 와세다(早稻田)대학 문학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1985년,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1988년, 와세다대학 강사, 1994년, 고마자와(駒澤)단기대학 불교과 조교수에 임용됐다. 같은해 「화엄교학의 연구」로 박사(문학) 학위 취득했고, 1996년 고마자와대 불교학부 교수가 되었다. 대장경 텍스트 데이타베이스 연구회 위원으로 대장경의 전자텍스트 작성 및 인터넷 공개 사업에 종사했다. 또 일본인도학불교학회 데이터베이스 센터 간사로서 〈INBUDS(인도학불교학논문데이타베이스)〉의 작성 및 공개에도 참여했다.

 


e-mail 인터뷰

“폭넓은 독서와 대담한 발상으로 기존 틀 넘어서라”

▲원래 불교학을 전공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기 때문에 생명의 무상함에 대해서 자주 생각했고, 근처의 큰 묘지에 나가서 무작정 유명한 사람의 묘비명(墓碑銘) 등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은 메이지유신·중국혁명·인도혁명을 비교 검토함으로서 동양의 전통과 근대 서양의 충돌이라는 사태, 그리고 나라마다의 특징을 밝히고 싶어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향후 불교학연구의 방향을 어떻게 보나
앞으로는 미국의 방법론의 영향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단지 문헌을 정확하게 읽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연구의 기본인 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 또한 대장경의 전자화에 오래 관련해 왔지만, 이 만큼 전자 데이터가 갖추어져 왔는데도 젊은 연구자 중에서 뛰어난 연구가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은 기본이 약하기 때문이다. 불교 뿐만 아니라, 고대·중세·근세의 사람들이 읽은 여러 문헌을 자신도 폭넓게 읽어, 연구대상의 인물에 가까운 교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한 발상도 필요하다.

▲한국의 불교연구자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니혼료이키(日本靈異記)』는, 9세기 초에 만들어진 일본에서 최고(最古)의 불교 설화집(佛敎說話集)이기만, 백제로부터의 도래승(渡來僧)이나, 고구려에 유학한 일본승 등의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 밖에도 일본에는 이러한 문헌이 많이 있다. 한국불교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일본의 자료와 중국의 자료, 특히 일본의 사원에 많이 남아 있는 고사본(古寫本)들을 많이 활용해 주길 바란다. 반대로 일본 불교를 연구하는 일본인 연구자는, 한국·중국의 자료나 연구를 활용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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