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 깨우칠 것과 깨우친 사람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는 覺人이 아니라 覺者
깨달음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아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게 마련이고 이름이 있어 사물 각자의 기능을 짐작하게 한다. 대체 “부처”라는 이름은 무엇이며 “불(佛)”이라 함은 무엇인가. 너무나 보편화 되어 있고 누구나 쉽게 부르는 이름이기에 새삼스러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의심을 가져보지 않지만, 막상 무엇이라고 말하려 하니 명확한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불(佛)의 원래의 말은 다 아다시피 인도의 말로 불타(佛陀)인데, 동방으로 건너오면서 번역되어 각자(覺者)라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불(佛)로 일반화한 것은 원어인 범어(梵語)가 더 의미 있게 생각이 되어 불타(佛陀)를 줄여서 불(佛)로만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동방의 언어문자인 한자로 번역하면서 ‘각인(覺人 깨달은 사람)’이 아닌 ‘각자(覺者 깨닫는 것)’라 하였는지 잠시 말을 멈추고 사색하게 된다.

여기서 부처라는 말의 원 뜻이 사람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우주 만물의 유정(有情) 무정(無情)에게 두루 통용되는 의미임을 알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覺)의 깨달음에는 그 방법이나 대상에 따라 여러 갈래의 명칭이 있다. 얼음에 손을 대면 찬 것을 알고 불에 대면 더운 것을 아는 것 따위는 느낌으로 아는 것이기에 ‘감각(感覺)’이라 하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사물의 구별을 아는[知] 것을 ‘지각(知覺)’이라 하고, 옳고 그름의 사리적 이성을 아는 것은 앎보다는 조금 높은 단계의 것으로 인정하여 깨닫다의 개념인 ‘각오(覺悟)’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갈래의 앎인 ‘각’은 오늘은 옳다가도 내일은 그릇된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람살이의 시간 공간의 변화이니, 이러한 잘못을 우리는 또 착각(錯覺)이니 망각(妄覺)이니 하게 된다. 이러니 여기서 부처를 각인이 아닌 각자라 하는 참 뜻을 이해해야 한다. 곧 각자란 깨달음의 실체를 가지고 있음이니 만유의 모든 실상인 진여가 바로 각자이요, 이것이 바로 깨달음의 실체이다. 이것이 바로 삼라만상이 두루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각자(覺者)의 주체인 부처인 것이다.

이 각자의 실체를 두루 원만하게 깨달은 분이 석가모니부처님이니 이 분을 “정각자(正覺者)” 또는 “각황(覺皇)”이라 하게 되는 것이다. 정각이란 착각과 대칭적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 범부의 깨우침(앎)이란 것은 앎의 근사치에 접근할 뿐, 바로 그 당처의 정확한 깨우침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오늘은 그 사실이 옳았다 하더라도 내일이라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는 잘못된 사실로 변할 수도 있다. 인류의 하고 많은 지식들은 이러한 시간이나 공간의 변화에 따라 그 시비의 기준이 달라 지는 것이기에 이는 바른 깨달음의 정각이 될 수가 없다.

시간이나 공간의 변화에도 시비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바른 깨달음 이것이 두루 바르게 깨달은 “편정각자(遍正覺者)”이니, 이가 바로 일체 중생을 깨우쳐 줄 수 있는 보살의 지위이다.

다시 말하면 자각한 자로서 타각을 시킬 수 있는 자리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각과 타각을 원만하게 이루신 분이 우리가 각황으로 받드는 부처님이다. 이는 편정각자보다 어디에도 더 위 자리가 있을 수 없는 “무상편정각자(無上遍正覺者)”이다. 부처는 각자(覺者)인 깨달음인 것이다. 일체 만유는 다 깨달음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 일체 만유에는 모두 불성이 있다 함은 바로 이런 뜻이리니, 이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 바로 성불이다. 다 같이 정진하여 모두가 성불합시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