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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효봉 스님의 1948년 7월 15일 가야총림 해제 법어

기자명 법보신문

삼학으로 부처-조사되는 요문 삼으라

사람마다 그 발 밑에 하늘 뚫을 한 가닥 활로가 있는데 여기 모인 대중은 과연 그 길을 밟고 있는가. 아직 밟지 못했다면 눈이 있으면서도 장님과 같아 가는 곳마다 걸릴 것이다. 보고 들음에 걸리고 소리와 빛깔에 걸리며 일과 이치에 걸리고 현묘한 뜻에도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번 그 길을 밟으면 이른바 칠통 팔달이요 백천 가지를 모두 깨달아 밝히지 못할 것이 없고 통하지 못할 이치가 없을 것이다.

만일 그 길을 밟고자 하거든 이익이 있거나 없거나 시장을 떠나지 말라. 이제부터 대중을 위해 용심할 곳을 지시하리라. 우리 선조 보리달마 존자는 법으로써 법을 전하신지라 다른 법을 말하지 않으셨다. 그 법이란 말로 할 수 없는 법이요, 그 부처란 취할 수 없는 부처이니 그것은 곧 본원 청정한 마음이다. 그러므로오늘 밤에 내 설법을 듣는 대중으로서 만일 이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면 다른 여러 가지 불법을 배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다만 구하거나 집착함이 없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구함이 없으면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집착함이 없으면 마음이 멸하지 않을 것이니, 생멸이 없는 그것이 바로 부처이니라.(중략)

경계를 잊기는 쉽지만 마음을 잊기는 지극히 어렵다. 그런데 요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흔히 마음은 버리지 않고 먼저 공에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모색할 것이 없는 곳에서 공이 본래 공도 아닌 그것이 일진법계임을 모르고 있다.

이 신령스런 각성은 본래 허공과 그 수명이 같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멸하는 것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느는 것도 아니고 주는 것도 아니다. 깨끗한 것도 아니고 더러운 것도 아니며 방소도 없고 끝도 없으며 형상도 없고 이름도 없어서 지혜로도 알았다 할 수 없고 말로도 통했다 할 수 없으며 경계로도 얻었다 할 수 없고 힘으로도 미칠수 없다.

그것은 삼세 부처님과 보살과 일체 중생이 다같이 가진 대열반의 성품이다. 성품이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부처이며 부처가 곧 법이다. 한 생각이라도 진실을 떠나면 그것은 모두 망상이다. 마음으로 마음을 구할 것이 아니요 부처로 부처를 구할 것이 아니며 법으로 법을 구할 것이 아니다. 그러니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단박에 무심하면 말없는 가운데 도에 계합할 것이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삼학으로써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요문을 삼는다. 그러나 그 삼학의 문은 탐욕과 분노와 우치의 삼독을 없애기 위해 방편으로 세운 것이다. 본래 삼독의 마음이 없거늘 어찌 삼학의 문이 있겠는가.
옛 사람은 비구가 비구법을 닦지 않으면 삼천대천세계에 침 뱉을 곳이 없느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늘 이 산승은 비구니들을 위해 다시 한 말 하리라. 비구니가 비구니법을 닦지 않으면 지금부터 오백년 뒤에는 이 땅에 부처님 그림자도 없어지리라.


효봉 스님은
효봉 스님(1888∼1966)은 평남 양덕 출생으로 10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법조계를 떠나, 1925년 금강산 신계사에서 석두 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후 ‘절구통 수좌’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개안의 경지에 이르렀다. 46년 가야총림 방장, 57년 조계종 총무원장, 58년 조계종 종정을 지냈으며 66년 5월 표충사에서 세수 79세, 법랍 42세로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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