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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⑭

기자명 법보신문

화엄경 십선업도는 보살의 수행방편

<사진설명>백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권29〉변상도 보물 제978호

화엄경에는 꽃·구름·해·달·바람·산·물·약·땅·등(燈) 등, 수많은 비유가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뺄 수 없는 것으로 바다가 있다. 해인삼매나 용궁장래설만 보아도 바다는 화엄경의 편찬과 유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엄부 경전은 주로 남쪽 바닷가에서 편찬되었으며 용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에 의하여 널리 유통되었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화엄법계를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 개개 존재마다 모든 상반되는 법이 동시에 갖추어 있어서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으로 설명할 때도, 바닷물 한 방울에 바다 전체의 맛이 다 들어있다는 바다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보살의 수행 역시 바다에 비유되고 있으니, 화엄경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십지 보살행이 큰 바다의 열 가지 이익에 견주어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즉 십지 초[初地]에서 세우는 10가지 대원은 큰 바다가 차례로 점점 깊어지는 것에 견주어지니, 환희지는 큰 서원을 내어 원이 점점 깊어지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다음 제2 이구지(離垢地)는 바다가 죽은 시체는 담고 있지 않듯이 모든 파계한 악업의 송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보살이 성품 자체에 일체 나쁜 것이 없어서 나쁜 업은 일체 지을 생각조차 없으므로 십선업도(十善業道)를 행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바다가 송장이나 나쁜 오물을 속에 담아두지 않는 특징에 비유한 것이다. 이같이 보살은 성품이 일체 악업을 멀리 여의어서 10가지 악업을 짓지 아니하니, 이는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의 내용이 된다. 그런데 만약 중생이 악업을 지으면 삼악도에 떨어지거나,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는다고 한다.

즉 보살은 성품이 저절로 일체 살생을 멀리 여의어서 살생도구를 두지 아니하고 원한을 품지 아니하며, 내지 중생을 해롭게 하지도 않으며 살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중생이 살생하면 그 죄로  단명하거나, 병이 많은 과보를 받게 된다. 보살은 성품이 훔치지 않으니, 보살이 자기 재산에 만족하고 다른 사람 것을 훔치려는 마음이 없으니, 풀잎 하나라도 주지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다. 훔친 죄로는 빈궁하거나, 재물이 있더라도 다른 이와 함께 가지게 되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보살은 성품이 사음하지 않으니, 보살이 자기 아내(반려자)에게 만족하고 다른 아내를 구하지 않으며, 다른 여인을 탐하지도 않는다. 사음한 죄로는 아내(반려자)가 정숙하지 못하거나, 뜻에 맞는 권속을 얻지 못한다.

보살은 성품이 거짓말[妄語]을 하지 않으니, 항상 진실한 말과 시기에 맞는 말을 하고 꿈에서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한 죄로는 비방을 많이 받거나 남에게 속게 된다. 보살은 이간하는 말[兩舌]을 하지 않으니, 이간하는 말은 실제거나 실제가 아니거나 말하지 않는다. 이간한 죄로는 권속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친족들이 험악하게 된다. 보살은 나쁜 말[惡口]을 하지 않으니, 남을 화내게 하는 말, 저주하는 말 등의 악한 말을 하지 않는다. 욕한 죄로는 남으로부터 항상 나쁜 소리를 듣거나, 다투는 일이 많다. 보살은 성품이 번드르르한 말[綺語]을 하지 않으니, 언제나 진실한 말을 하고 농담으로라도 항상 생각하고 말한다. 번드르르한 말을 한 죄로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곧이듣지 않고, 말소리가 분명치 못하게 된다.

보살은 성품이 탐내지 않으니, 탐욕을 낸 죄로는 언제나 만족할 줄 모르고 욕심이 끝이 없게 된다. 보살은 성품이 화내지 않으며, 보살은 성품이 삿된 소견이 없다. 화를 낸 죄로는 항상 남들에게 시비를 받게 되거나 남의 해침을 받을 것이며, 삿된 소견을 가진 죄로는 삿된 소견을 가진 집에 태어나게 되거나, 마음이 아첨하고 굽을 것이라고 한다.

이상의 십선업(十善業)은 신구의 삼업(三業)에 포섭되니, 처음 세 가지는 신업이고 다음 네 가지는 구업이며 그 다음의 세 가지는 의업에 해당한다(身3 口4 意3). 십선업은 초기 불교에서는 재가불자의 윤리 도덕 덕목에 해당되었으나, 대승불교가 흥기할 때는 십선계(十善戒)로서 대승보살이 지니는 계율이 되었고, 화엄경에서는 제2지 보살이 닦는 수행방편이 되었다. 그리고 이 화엄경의 십선업도는 보살이 성품 자체가 악과는 상관이 없어서 오로지 청정한 성품 따라 청정한 몸과 말과 뜻으로 선업만 짓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십선업도의 수행 역시 보살행인 연기(緣起)와 여래성연기인 성기(性起)가 둘이면서 둘이 아닌 경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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