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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한암 스님 상당법어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이 헛된 줄 알면
미혹함이 끓는 물에 얼음 녹듯 하리

참선(參禪)이라 하는 것은 군중을 놀라게 하는 별별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다만 자기의 현전일념(現前一念)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을 돌이켜 비추어 그 근원을 명백하게 요달하여 다시 외물상(外物相)에 섞이지 않고 안으로 헐떡이는 생각이 없어 일체 경계를 대하여 부동함은 태산반석 같고 청정하고 광대함은 태허공과 같아서 모든 인연법을 따르되 막힘도 걸림도 없이 종일토록 담소하되 담소하지 아니하고 종일토록 거래하되 거래하지 아니하여 상락아정(常樂我淨)의 하염없는 도를 미래제(未來際)가 다하도록 무진장으로 수용하는 것이니, 이것은 억지로 지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평등하게 본래 가지고 있는 일이니 누가 들어올 분(分)이 없으리오. 현우귀천과 노소남녀가 다 분이 있는 것이다.

다만 믿음과 원력이 없기 때문에 참여하여 들어오지 못하나니 믿음과 원력을 발하는 사람은 한 번 뛰어 곧 여래의 땅에 들어가 대적광(大寂光)의 도량에 안신입명(安身立命)하여 삼라물물(森羅物物)이 정불국토(淨佛國土)가 아님이 없고 행주좌와(行住坐臥)가 모두 해인삼매(海印三昧)라 어찌 그 다른 것이 있으리오.

설혹 근성이 열등하여 한 생각에 단번에 초월하지 못하더라도 오래 익히면 마침내 얻어 들어가리니.

그러므로 대혜선사(大慧禪師) 이르시되 ‘날이 오래고 달이 깊으면 자연히 성돌 맞듯 맷돌 맞듯 한다’하시고 또 조주화상(趙州和尙)이 이르시되 ‘너희들이 삼십년 이십년을 법다이 참구하여 만일 도를 알지 못하면 노승의 머리를 베어가라’하셨으니 어찌 우리 중생들을 속이셨으리오.

오래 익히는 분상(分上)에 대하여는 첫째 이 몸과 마음과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헛되어 하나도 실됨이 없는 줄로 간파하여야 한다.

천만고의 영웅호걸 하나도 간 곳 없고 / 부귀문장 재자가인 북망산에 티끌이라 / 어제같이 청춘홍안 어느덧 백발일세 / 아홉 구멍에는 항상 부정한 물질이 흐르고 / 가죽 주머니 속에는 피와 고름과 똥오줌을 담고 있다 / 광음이 신속함은 달아나는 말과 같고 / 생각 생각이 위태함은 바람속에 등불과 같아서 / 어제 날에 비록 살아 있으나 / 내일을 편안히 보전하기 어려우니 / 무엇을 구집하며 무엇을 애착하리오.

이렇게 분명히 생각하면 자연히 망념이 담박해지고 도념이 증장하여 밖으로 일체 미혹한 경계가 끓는 물에 얼음 녹듯 하리라.


한암 스님은
한암 스님(1876∼1951)은 강원도 화천에서 출생, 22세에 금강산 장안사에서 출가했다.
1899년 겨허 스님의 법문에 개심하고, 1903년 해인사에서 전등록을 읽다가 깨달음의 경지를 맞았다. 이후 통도사, 건봉사 등에서 후학을 제접하고 서울 봉은사 조실로 추대돼 잠시 머물다가 1923년 오대산 상원사에 들어가 입적할 때까지 27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1941년 조선불교조계종 초대 종정에 추대됐으며, 48년 대한불교 제2세 교정으로 추대됐다. 50년 전쟁 중에 군에 의한 상원사 소각을 덕화로 막은 일이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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