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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부모의 은혜

기자명 법보신문

부모를 부처님처럼 모시는게 불교
부모의 은혜는 수미산보다도 높아


5월은 가정의 달이고, 6월은 보은의 달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설정한 시간 단위이다. 의미 있는 두달을 보내며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결국은 부모이다. 윤리적 규정을 어떤 시각으로 하든지 아버지 어머니의 존재가 없었다면 나의 존재가 없으니, 이 두달을 보내며 부모의 은혜에 대하여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모를 위시로 하는 사람살이의 규정을 윤리라 하고, 이 윤리의 질서를 정의하는 가르침을 강조하는 것이 유교의 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다. 그래서 유가에서 불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첫째 이유가 스님들의 출가로 부자 관계가 부정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청결을 위하여 가정을 버리고 사회를 등지는 것이니, 이는 자신의 결백으로 윤리를 어지럽힌다 하여 소위 결신난륜(潔身亂倫)이라는 말로 매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참으로 피상적인 겉보기의 견해이다. 불교의 경전에는 부모의 은혜를 강조하는 대목이 참으로 많다. 더구나 하나의 독립된 경전으로 『대보부모은중경』(大報父母恩重經)〉이 있음은 부자라는 인과의 관계를 어느 종교보다 중시한 것이다. 이 『은중경』에서 말하는 “아버지가 아니면 나지 못하고 어머니가 아니면 기르지 못한다” 함은 “아버지 날 나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로 일관되는 동양적 윤리관의 기본 틀과 차이가 없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 보이는 다음과 같은 말은 부모님의 은혜를 가시적으로 들어낸 좋은 보기라 하겠다.

“아버지는 사랑하시는 은혜가 있고, 어머니는 슬퍼하시는 은혜가 있으니, 부모의 자비하신 은혜를 말씀하려면 내가 몇 겁을 살아도 말을 다하지 못하겠다. 길러주신 은혜는 하늘까지 가득 찼고, 불쌍히 여기시는 은혜는 넓고 커서 비할 데가 없다. 세간에 높은 것이 산악보다 지나치는 것이 없지만, 어머니 은혜는 수미산보다 높다. 세상에서 중대한 것이 땅이 제일이지만 어머니 은혜는 그보다 지나친다.

세상에서 어떤 것을 가장 부자라 하며 어떤 것을 가장 귀하다 하는가.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가장 부자이고 어머니가 없으면 가난이라 한다. 어머니가 계신 때를 한낮이라 한다면 어머니가 안 계신 때를 해가 졌다고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부지런히 부모에게 효도하면 부처님께 공양한 복과 같으리라.”

하였으니, 부모 은혜의 무게와 크기를 도량형기로 잰 듯이 표현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야말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가깝다. 여기서도 그 구체적인 지적이 자식된 자로 하여금 어둠을 벗어나 밝은 달 아래로 인도되는 듯하다. 『은중경』에는 아기가 어미의 배 안에서 사람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 대목이 있다. 첫달에는 이슬방울, 둘째 달에는 엿물, 셋째 달에는 엉긴 피, 넉달째는 형태가 잡히고, 다섯달째는 사지가 이루어지고, 여섯달째는 이목구비가 생기고, 일곱달째는 골절이 생기고, 여덟달째는 대소변이 나오는 기관이 생기고, 아홉달째는 먹을 줄을 알아 열달에 태어난다 하였다. 생명을 신비롭게 보는 여법(如法)한 관점이다.

이러한 생명관이라면 오늘날 우려되는 생명경시가 있을 수 없다. 부모의 태중에 있을 때 이미 한 살이라는 우리의 나이 계산법이 얼마나 생명 존중인가를 새삼 강조하게 된다. 출산 이후로 나이의 시간이 시작되는 소위 만1세의 서구적 연산법(年算法)은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태중의 소중한 생명을 의도적으로 살생하는 셈이다. 생태학을 중시하는 현금에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강조하게 된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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