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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美 미시건大 도날드 로페즈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샹그리라 허상 깨뜨린 티베트불교 거장

도날드 로페즈 교수는 현재 미국 미시건대 아시아 언어문화학과의   인도, 티베트 불교학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티베트 불교에 대한 철학적, 역사문화적 연구뿐만 아니라, 불교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연구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버지니아대 종교학과 인도-티베트불교학 전공으로 제프리 홉킨스 교수의 지도하에 1982년 「자립논증 중관학파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은 짱꺄 뢸빠 돌제의 자립논증 중관학파에 대한 저술부분을 연구한 것으로, 18세기 겔룩빠의 중관학파에 대한 이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18세기 불교 철학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한 로페즈 교수는 1998년 출판한 『샹그리라에 같힌 이들, 티베트 불교와 서구』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부터 그의 새로운 관심분야를 보여준다.

그의 박사논문이 티베트 겔룩빠의 중관학파에 대한 이해를 상세하게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1998년 현재까지의 유럽과 미국의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한 신랄한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티베트에 관련한 서구사회의 몇몇 환상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은 공교롭게도 한국의 불교신자들이 현재 티베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일치하는 면들이 있어서 관심을 요한다.

첫 번째로, 샹그리라라는 낙원은 제임스 힐튼이 1933년 쓴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이라는 책에서 창안해 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샹그리’는 티베트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며 ‘라’는 산길을 뜻한다.


두 번째, 『제3의 눈(The Third Eye)』, 『나는 티베트의 라마승이었다』의 저자 롭상람빠는 사실 티베트에는 가보지도 않고, 티베트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씨릴 호스킨 (Cyril Hoskin)이라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신비화된 티베트를 잘 이용해먹은 그의 책 덕분에, 한 열성 독자는 치과용 송곳으로 자기 이마에 구멍까지 뚫었다고 한다.

세 번째, 티베트에서 가장 많이 암송되는 관세음보살 육자진언인 ‘옴마니빠드메 훔(Om mani padme hum)’의 해석으로 알려진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는 잘못된 것이다. 이 진언의 올바른 해석은 ‘오! 보석 연꽃이여!’이다. 19세기 유럽의 산스크리트 학자들은 호격을 처격으로 잘못 읽어서, 보석(mani)이 연꽃(padme) 안에 있다고 해석했다.

네 번째, 티베트인들은 서양에서 유명해지기 전에는 그들의 가장 유명한 종교서적인 『사자의 서』를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 제목을 달고 서구에 소개된 것은 짧은 티베트어 서적인 바르도퇴돌(중음계에서 들음을 통해 깨달음, bar do thos grol)이다. 이 책은 미국의 대부호이며 신지주의자인 왈터 웬츠에 의해 1920년대에 번역되었다. 웬츠는 이 책에 자신의 주석을 첨가하여 장례의례에 쓰이던 이 책을 신지주의 서적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다섯 번째, 티베트 불교를 지칭하는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인 ‘라마교’는 티베트인들에게는 티베트를 경멸하는 단어로 여겨진다. 19세기 말, 영국과 러시아는 티베트를 자신들의 제국에 귀속시키고 싶어 했다. 유럽인들은 일반적으로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식민지를 그들에 의해 구원받아야할, 문화가 결핍된 곳으로 묘사했다. 티베트 역시 타락하고 악독한 사제들에 의해 지배받는 미개한 사람들이 사는 몰상식한 곳으로 묘사되었다.
이 사제들의 종교는, 서구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정통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불교라고 불릴 수도 없으며, 따라서 불교라고 부르는 대신에 ‘라마교’라고 불렀다. 서구 학자들은 불교의 본모습을 깊은 철학과 제의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성과 자제의 종교라고 보았다. 사실, 그러한 순수한 정통 불교는 아시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유럽과 미국의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로버트 썰먼 교수 등에 의한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의 지나친 미화와 신비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처럼 티베트를 안개와 베일에 싸인 신비로운 곳으로 만들어놓는 것 자체가 티베트를 역사 속에 실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티베트 불교학 자체에 대한 반성은 학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많은 찬성과 더불어 반박을 일으키는 등, 미국 불교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로페즈 교수는 불교 일반에 대한 대중서와 불교학의 연구사에 대한 고찰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10년에 걸쳐 근대 티베트 불교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겐뒨최펠(1903-1951)의 저작이며, 쫑카빠의 공성에 대한 이해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용수의 사상을 장엄함』을 번역 소개하면서, 그의 티베트 불교 철학에 대한 관심 역시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이종복(버지니아대 박사과정)


로페즈 교수는

1982년 「자립 논증파의 연구」라는 제목으로 버지니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미시건대에서 강단에 오른 뒤, 인문학과 부학장, 아시아 언어 문화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샹그리라에 갖힌 이들』,『불교 해석학』, 『반야심경을 설명하다』, 『공성의 정교한 이해』,『붓다의 큐레이터들』 등 20여권의 서적을 편집, 저술했고, 최근에는 『광인의 중도』를 발간, 역사와 문학, 그리고 철학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와 관심을 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불교 이해해야
“현대 불교학이 직면한 딜레마 해결”

e-mail 인터뷰
▲선생님의 책 『샹그리라에 갖힌 이들: 티베트 불교와 서구사회』에서, 선생님은 지나치게 신비화된 티베트와 미국의 현대 티베트불교 연구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학에 대한 선생님의 비판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요?

- 이 책은 널리 읽혀졌고, 몇몇 부분은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이 책은 서구 불교이해의 역사에 대한 제 전반적인 관심하에 씌여진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티베트 불교의 신비화 과정을 추적하고 여전히 그 신비화가 여러부분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은 티베트 불교학이 종종 대중문화로부터 전수받은 기괴한 유산을 보여주고자 하는 일환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떠한 계획들이 있습니까?
- 저는 현재 불교학 분야에 있어 네 가지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수십만 표제어가 들어간 불교사전으로, UCLA의 로버트 버즈웰 교수와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은 영어권 불교사전으로서는 가장 방대하고 자세한 사전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프랑스 파리의 Katia Buffetrile 박사와 함께 공동작업하고 있는 유진 버노프 의 『인도 불교 역사 개관』입니다.

세번째 프로젝트는 불교와 과학에 대한 책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책은 여러권이 있습니다. 저는 과학과 불교가 서로 잘 어울린다고 주장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저는 불교와 과학 사이의 조화를 주장하는 관점들의 변화와 역사를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네번째 프로젝트는 유럽의 불교수용의 역사입니다. 유럽에서 불교를 접한 것은 고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이 책에서는 특히 18세기에 집중하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붓다에 대한 이해는 수 많은 동양적인 ‘우상’에서 피와 살을 가졌던 인간으로 전환되어, 인도에서 태어났음에도 일종의 유럽의 문화영웅이 됩니다. 저는 또한 유럽의 붓다에 대한 시각이 아시아의 그것과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도 연구할 생각입니다.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불교 내의 여러 전통들이 서로 마주치는 기회가 보다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타 전통에 대한 몇몇 극단적인 태도를 보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경우, 자기 전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전통의 수행과 교리를 아무 이유없이 무시하는 것입니다. 또다른 극단은, 타 전통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두 극단 사이의 중도는 무엇일까요?
- 서로 다른 불교 전통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방법은 서로 다른 두 전통이 함게 그들이 인도불교로부터 전승받았던 것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한 문헌을 두 전통이 함께 읽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서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도 텍스트들을 서로 다른 전통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바라보는 것이 최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기반이 공고하게 정립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로, 각각의 전통에 큰 영향을 남긴 각 전통에서 씌여진 텍스트들 (인도불교의 텍스트가 아니라)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이해와 믿음은 과학, 기술 그리고 포토스모더니즘의 도래와 함께 많은 도전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중도의 관점에서 볼 때, 불교는 어떻게 이러한 현대성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가장 ‘현대적인’ 종교이며 현대 사회에 가장 잘 맞는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현대’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를 잘 살펴보아야하며, 이러한 판단으로 이끈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연구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에 대한 문제에 답하자면, 과거 20년 동안 불교학에서는 철학적 연구에서 역사적 연구로의 관심의 전이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철학적 연구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채 그들의 저작들만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이제, 나는 불교 철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전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그들의 사상이 그 인물의 역사적 맥락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는 어떠한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이며, 이제 불교학계에서는 이러한 접근방법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불교학은 아직은 수백의 중요한 텍스트들이 번역되지 않았고, 그 텍스트들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과 해답들이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분야입니다.

▲한국에서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공부해야할 지, 어떻게 믿음으로서의 불교와 학문의 대상으로서의 불교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불교신자이며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사람도 많고, 불교를 공부하는 학자이면서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불교도이면서 동시에 불교학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많은 어려움들이 따릅니다. 불교를 연구하는 학자는 역사가여야 하고 불교의 발전의 역사적 상황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승 경전들은 붓다가 열반에 이르른 한참 후에야 나타났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승불교를 용수보살을 포함하여 수백년의 과정을 거치며 씌여진 붓다의 말씀(buddha vacana)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상가는 대승경전이 붓다의 말씀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보살계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직면해야할 많은 딜레마들이 있습니다.

또한 중요한 점은 불교학문의 영역은 과거 수세기를 거치면서 사원으로부터 대학으로 대부분이 이동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전통적으로 훈련되고 계를 받은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 재가 학자들로부터 단순히 정보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문적 수련과정을 거쳐 불교학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 수련과정을 거친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은 불교학에 많은 발전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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