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꿈꾸는 뒷간』 저자 이동범 씨

'해우소는 과학적인 공간 현대적 활용 모색해야'

우리 나라 전통의 화장실, 아니 뒷간을 사랑한 사람. 겨레문화답사연합의 대표로 활동하던 이동범 씨는 '전통 사찰의 해우소에 담겨 있는 지혜에 감탄'해 귀농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1999년, IMF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 귀농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충남 아산이 고향인 아내의 향수를 달래고 '자연 친화적인 뒷간을 갖고 싶다'는 이 씨의 바람이 이래저래 맞물렸다.

이 씨가 시골살림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분리'였다. 대변과 소변의 사용처가 틀리므로 대변은 뒷간에 그냥 떨어뜨려 나중에 밑거름으로 사용하고 소변은 별도로 받아 삭힌 후 물에 희석해 채소에 살충제로 사용했다.

'내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양의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내 배설물을 이용해 내가 먹을 농사를 짓는다는데 기쁨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친환경-편리성 조화돼

건강체크-무공해비료도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거름으로 쓰일 소중한 똥인 만큼 늘 자신을 변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귀농 생활은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충남 아산 지역이 대규모로 개발되는 통에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던 이 씨는 다시 짐을 꾸려 서울로 올라왔다.

'과학이란 검증 가능한 사실을 의미하죠. 전통 뒷간은 선조들이 수 십년 간의 생활 속에서 직접 검증한 결과물입니다. 가장 과학적인 공간이죠.'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에서 똥은 소중한 거름이었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인 공간으로 전통 뒷간의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해우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찰이 산 속에 위치해 있다보니 평지엔 법당과 요사채 등이 들어서고 해우소는 비탈 끝 등 자투리땅에 들어서게 됐다. 비탈에 해우소를 설치하다 보니 해우소는 자연스럽게 누각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비탈은 채광과 통풍이 좋으며 아래에 위치해 있는 텃밭까지 거름을 나르기에도 용이하다. 자연적 요건과 사용상의 편리성이 딱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해우소의 형태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체광-통풍이 가장 중요

똥은 쓰레기 아닌 자원

이 씨 역시 오늘날의 주거문화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수세식 화장실이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차에서는 공기를 활용해 변을 처리하고 적은 양의 물로 세척해내는 유압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성 신흥사 등에서는 물을 재활용하는 중수도를 설치해 물 사용량도 줄이고 환경 오염도 최소화시키고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들이긴 하지만 모두 고려해봐야 할 대안들입니다. 도시 인근의 전원 주택 등에서 조그맣게 농사를 짓고 사는 가정에서 굳이 수세식 화장실을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여건에 맞춰, 그 속에서 가장 합리적이며 친환경적인 뒷간 문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전통의 뒷간과 사찰의 해우소는 가장 편리한 생활을 위한 구조였다. '편리성이란 똥을 쓰레기가 아닌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나와 모든 자연생명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씨는 지금도 이 편리한 뒷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



글·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