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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향곡 스님 상당법어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육근 문두 그림자의 알음알이 갖고
본래인을 삼으니 슬프고 통탄할 일

‘할’

“대중은 알겠는가?”“내가 대중을 위해 이 낱 소식을 통하게 하리라.”

수미산이 반 공중에 꺼꾸러지니
삼세불조가 콧구멍을 잃었도다.

만약 이 일을 논한다면 살활(殺活)을 자재로 하는 사람이라야 바야흐로 대장부라고 이름하리니, 한 번 깨칠 적에 일만 겹의 관문을 뚫어 지내서 대해탈과 대휴헐(大休歇)과 대자재와 대안락이 만겁에 외외 당당하여야 비로소 될 것이니라.

근래 공부한다는 사람들은 보고 듣고 느낌과 육근 문두에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의 알음알이를 가지고 본래인을 삼으니 슬프고 통탄할 일이로다.

고인이 말씀하되 ‘말후의 일구라사 비로소 구경의 관문에 이르른다’고 하셨느니라.

덕산 스님 회상에 설봉 스님이 공양주를 하시는데 하루는 덕산 방장 스님이 바리때를 가지고 식당으로 내려오시거늘 설봉 스님이 보고 말하기를 ‘저 늙은이가 종도 치지 않고 북도 울리지 않았는데 바리때를 안고 어디를 가는고?’하였다.

덕산 스님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방장실로 돌아가셨다.

설봉 스님이 이 일을 암두 스님께 이야기했더니 암두 스님이 말하기를 ‘그저 그만한 덕산 방장이여, 말후구를 알지 못했구나’하였다. 덕산 스님이 이 소리를 전해 듣고 시자를 시켜 암두 스님을 방장실로 불러 묻되 ‘네가 나를 긍정하지 않느냐?’하니 이에 암두 스님이 은밀히 그 말을 속삭였다.

다음날 덕산 스님이 상당하나 평소와 같지 않은지라 암두 스님이 승당 앞에 이르러 손을 비비고 크게 웃으며 이르되, ‘기쁘구나. 노한(老漢)이 비로소 말후구를 알았구나. 이후 천하인이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비록 이와 같으나 단지 3년을 머물 것이다.’하였다.

뒷날에 명초(明招) 스님이 말하기를 ‘내가 만약 당시에 있었던들, 애돌타 갈 곳이 없구나, 하리라.’하셨는데, 설두 스님이 이것을 가지고 말씀하기를 ‘명초 스님은 원래로 외짝 눈이라 하더니 덕산 스님이 그래도 이빨 없는 호랑인 줄을 몰랐던가? 만약에 암두 스님의 알고 깸이 아니었던들 어찌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음을 알았으리요.’했더니라.

대중들은 말후구를 알겠는가? ‘다만 노호(老胡)가 알기(知)를 허락하고 노호가 이해(會)하기를 허락치 아니한다.’ 하니, 여기 이 한마디를 분명히 투득(透得)하면 예로부터 지금까지의 천차만별한 삼매 공안을 일시에 투득해 내어 천하인이 너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며, 삼세제불과 역대조사도 네 뒤에 있게 될 것이니 대중들은 진중 진중 할지니라.
최공봉에 올라가지 못했다면어떻게 허다한 일을 알 것인가?

 

향국 스님은

향곡 스님(1912~1978)은 경북영일군에서 태어나 1928년 내원사에서 득도했다. 32년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운봉화상을 전계사로 구족계를 받고 수행정진 하던 중 문짝을 흔드는 바람소리에 개오, 운봉 선사로부터 인기를 받았다. 78년 법랍 50세로 열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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