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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만암 스님의 생사·인연관 설법

기자명 법보신문

출세간 생사거래는 푸른 하늘에
뜬구름 일어났다 흩어짐과 같다

생(生)이라 함은 만물의 번영함과 같고 사(死)라 함은 만물의 조락(凋落)함과 같다. 그런 즉 번영(繁榮)이 곧 조락의 근본이요 조락이 곧 번영의 근본이다.

사람의 생사도 이와 같아서 같은 뿌리 다른 가지에 그 간극(間隙)이 석화전광(石火電光)이다. 이른바 달자(達者)의 중대한 관념을 치(置)할 바 아니나, 지우(智愚) 현불초(賢不肖)를 물론하고 생사에 대한 관념이 가볍고 무거운 차별까지는 있을지라도 완전히 무심타고는 칭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른바 우(愚)와 불초인(不肖人)의 경우에 있어서는 아무리 수유간(須臾間)이라도 자기를 위하여 무수한 행복과 영원한 안락을 몽상(夢想) 아니하지 못함으로, 그 생에 대한 금성철벽(金城鐵壁)의 견고한 관념이 경경불기(耿耿不己)할 것이다.

지(智)와 현(賢)의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 여하한 인연이든지 이 몸이 이 세상에 기탁한 이상에 초복으로 더불어 한가지 썩어지기는 무의미한 일이다.

특히 사람을 위하고 자기를 위하는 가운데 도덕으로 일신을 닦으며 공덕으로 만물을 피(被)하여 즐거움을 즐기고 사람의 근심을 근심하니, 생사의 관념은 동일한 경우나 그 가볍고 무거움의 차별은 과연 어떠한가.

사람의 생사관이 그 정도를 따라 이와 같이 부동하니, 이는 세간상에 있는 면부득(免不得)의 차별이거니와, 약출세간상(若出世間相)에 거하여 논할진데 생사거래가 청천(淸天)에 뜬구름이 일어났다 흩어짐과 같으니, 나의 법신당체에 환화공신(幻化空身)의 거래도 또 다시 이와 같도다.

멸하여도 멸함에 슬프지 아니하니 천강유수(千江有水)에 천강월(千江月)이요, 생하여도 생함에 착(着)하지 아니하니 만리무운(萬里無雲)에 만리천(萬里天)이로다.

인생을 간단히 말하고져 할진댄 인연이라 칭할 것이다. 인자는 어떠한 것이냐 하면 우리의 본성이 이것이요, 연자는 우리들의 작업하는 염정연(染淨緣)이 바로 연이다.

그러면 인연의 의지가 어떠하냐 하면 인은 종자와 같고 연은 물과 흙 같으니 아무리 종자가 있다하더라도 물과 흙의 연을 가적(假籍)치 않으면 발생치 못함과 같도다.

대개 사람은 개개인이 본성을 전부 가지고 있으니, 이 성은 천지보다 먼저하여 그 시작이 없고 또한 천지보다 늦게 하여 그 종말이 없나니 그러함으로 곧 불생불멸하며 부증불감이라 칭한다. 이 성은 사람사람이 같을 뿐만 아니라 중생과 모든 부처가 함께 동일 하도다.
그러므로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며 이 다함이 없음을 따라 생사가 무궁하며 이 무궁함을 따라 모든 부처님의 교화인연이 더욱 무궁한 것이다.


만암 스님은
만암 스님(1875∼1957)은 11세에 백양사로 출가한 이래 구암사 강원과 운문암 선원에서 수학하고 35세에 일찍이 개강해 학자들을 가르쳤다. 45세부터 67세까지 백양사 주지로 주석하며 불사에 진력했으며 중앙불교전문학교와 정광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교육에 힘쓰기도 했다. 스님은 말년에 8년간이나 조계종 종정의 자리에 있으면서 후학을 제접하고 종단의 발전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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