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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사태, 침묵이 능사 아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6.07.12 13:25
  • 댓글 0

김재일
동산반야회 회장

지난 6월 한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일산 황룡사 사건이 벌써 불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황룡사 사태가 방영되는 1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경악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사기 행각을 뛰어넘어 불교와 부처님을 이용해 무법천지에서나 벌일 수 있는 일을 버젓이 저질렀으니, 어찌 경악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황룡사 주지는 불상 앞에서 엉터리 점에, 구병시식 행사를 행하는 것도 모자라, 매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덤에서 파온 시신 썩은 물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고가에 건네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생각조차 못할 수많은 혹세무민의 행각을 벌이면서도 당당하게 수백·수천만원의 시주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축적한 재산이 수백억에 이른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황룡사는 한국불교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종단에 등록된 사찰이다. 승복을 단정하게 걸친 비구니의 모습으로 수년간을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그 누가 봐도 부처님을 모신 불교의 사찰이고 승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 있다. 과연 황룡사 한 곳만 이런 모습인가 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찰의 주지를 비롯해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불교에 대한 기본교육도 없는 상태로 겉모습만 승려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찰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생들이 찾아와 고민하고 주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부적이나 팔고 상식 밖의 혹세무민으로 신도들의 주머니나 탐하는 곳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심하게 말해 불교와 부처님을 돈 버는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종교 가운데서도 불교가 고귀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권력과 돈을 뛰어넘어 숭고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이 진리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는 영원한, 아름다운 진리가 붓다의 가르침 속에 다른 종교보다 자세히 내재되어 있다.

부처님은 중생들의 고통이나 무명은 탐진치(貪瞋痴) 삼독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5온을 공(空)으로 알고 체득하면 고(苦)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가르침은 반야심경에서 쉽게 제시하고 있다. 중생 고통의 치유는 부처님이 가르치신 진리를 공부하고 수행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코 부적이나 일부 사찰에서 행하는 신비행위에 있지 않음을 바로 알아야 한다.

이제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배운 불자들이 나설 때다. 바르지 못한 교단과 사찰 그리고 불교지도자까지 냉정하게 추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룡사 사건이 아주 작은 일이 한번쯤 발생했던 것처럼 지나가고 있다. 찢어진 북은 때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다. 그 북은 이미 생명을 다한 북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를 아끼는 불교도들이라면 이번 황룡사 사태를 특정 종단과 특정 사찰의 일로 보지 않고, 한국불교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신비한 행위를 내세우고, 우담바라가 피고 법비가 내린다는 등 신비주의 신앙을 조장해 시줏돈이나 바라는 비불교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묵이 한국불교를 살리고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일부 사찰과 승려들의 잘못된 비불교적 행태를 비판하고 바로잡는 노력이 있을 때만 우리 불교계가 공공의 선으로 남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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