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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과 부처’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며칠 전, 제주에서 철인 3종 경기가 있었다.

수영 3.8km, 싸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쉬지 않고 이어 달리는 경기이다. 한마디로 인간한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철인들의 잔치이다.

수영출발에 앞서 가장 앞자리에 왠지 부자연스럽게 서있는 청년이 있었다. ‘설마’했는데 분명 오른쪽 무릎아래가 없었다. 정상인도 완주하기 힘든 경기에 정말로 뛸까? 마라톤은 휠체어로 달리는 것일까?

출발 징소리와 함께 경기에 집중하면서 그 청년을 잊었다.

수영과 싸이클이 끝나고 마라톤을 하는데, 반대편에서 바로 그 청년이 달려오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그는 주걱과 같은 인조다리를 달고, 이미 10km 반환점을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후루하타 도시오(39). 일본청년인 그는 공무원이다.

18년 전 병으로 다리를 절단했다. 절망 속에서 무언가 해보자해서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했고, 이제는 프로급 선수가 되었다.

철인경기만큼 자신과 싸움을 요구하는 운동도 없다.

바다에서 파도를 헤치고 살아나갈 수 있을까하는 공포, 싸이클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생기는 사고와 부상의 위험,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마라톤에서 체력 소모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다.

경기에 몰입하다보면 모든 것이 자신이 설정한 산이고, 이를 넘는 것도 자신임을 자각하게 된다.

무사히 이겨냈을 때 ‘철인’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이때는 어느 수행자가 ‘은산철벽(銀山鐵壁)’이란 화두를 뚫고 ‘부처’가 되었을 때의 환희 못지않다.

나에게는 넘고 뚫어야할 벽이 하나 있다.

‘기필코 부처가 되리라’는 것이다.

때때로 이 벽을 피하려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그럴 때면 도시오 씨를 생각할 것이다. 절망을 떨쳐버리고 무한의 세계에 도전하는 그를 생각하면, 나태해지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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