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학자 매월당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오르자 세상과 등지고 30세 초반에 수년 동안 용장골에 은거했다.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도 이곳에서 썼다.
용장골 정상에는 경주남산 최고봉인 고위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용장골 아래 내남 들판이 구름아래 펼쳐진다.
산 정상에 세운 용장사터 삼층석탑은 비록 높이는 4.5m밖에 되지 않지만 남산에서 가장 장엄한 탑이다. 석가탑과 같이 2중 기단 형식을 갖췄으나 상층기단만 있고 하층기단은 없다. 자연바위 위에 바로 상층기단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탑은 산 전체가 하층기단인 셈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큰 탑”이기도 하다.
탑으로 올라가는 길가엔 석불좌상과 몇 미터 떨어진 암벽에 돋을새김으로 조각한 ‘마애불’이 있다. 조병연은 황토물을 들인 한지위에 먹으로 그리고 또다시 황토 물을 바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켜켜이 지층을 쌓아 가듯이 작업한다. 소나무가 우뚝서있는 그림 안으로 들어서면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을듯하다.
북촌미술관 부관장 이 승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