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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지암 스님의 ‘상대적 존재’설법

기자명 법보신문

육신의 생명은 유한한 것에 불과
정신생명 영원함 아는 것이 불법

어떤 인생을 살 것입니까. 다 함께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문제란 따라서 어떻게 하는 것이 착한 일을 해서 선도로 가는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나쁜 행동을 멈추어서 악도에 나는 것을 피하는 것인가에 모아진다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대한 인생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네 모양새가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만큼, 우리가 가는 길 역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상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상대적인 것, 곧 밝은 길이 있는가 하면 어두운 길이 있습니다. 큰길이 있는가하면 좁은 길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밝은 길, 바른 길, 큰길이란 곧 선도입니다. 보다 사람답게 사는 길입니다. 이에 반해 어두운 길, 구부러진 길, 좁은 길이란 바로 악도인 것입니다. 짐승같이 살아가는 삶입니다.(중략) 어둡고 구부러진 좁은 길의 인생이란 남을 속이고 해치는 것이지만, 잘살고 잘먹고 잘난 체하며 살아가는지라 그것이 마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마련이니, 어찌 범부로서 그 길이 악도인지 어떤 것인지를 분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진정으로 밝고 바르고 큰길이란 때로는 외로울 수도 있고 괴로움도 따를 수 있습니다. 한때 막막한 저 대륙에서 오로지 조국의 광복만을 생각하여 싸우던 우리 애국지사들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얼핏보기에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들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그들은 정말로 밝은 인생, 큰 인생의 길을 살아온 것입니다. 『채근담』에 “바른 길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는 한때 쓸쓸할 뿐이지만, 권세에 아부하는 이는 만고에 처량하다. 만사에 통달한 사람은 사물 밖의 것을 보고 육신 뒤의 몸을 생각하므로 한때의 쓸쓸함은 견딜지언정 만고의 처량함을 어찌 택할 것인가.”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악한 길을 버리고 선한 길을 걸으라고 쉽게 말을 합니다. 그러나 선한 길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공자가 걸어온 길이 있고 노자의 길이 있습니다. 예수의 길도 있고 또 동서고금의 많은 성현들이 걸어온 길이 있습니다. 다 밝은 길이었고 바른 길이었으며 큰 길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성신의 길을 좇아 밝은 인생, 바른 인생, 큰 인생으로 살 것입니까. 한결같이 권선증오하고 멸죄수복하라는 가르침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삼세인과를 보태어 설하고 육도윤회의 원리를 밝힌 성자는 오직 석가모니부처님뿐입니다. 위없는 그야말로 무상대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자 모두의 과제요, 영광이기도 합니다.


지암 스님은
지암 스님(1884∼1969)은 13세에 강원도 양양 명주사에서 출가해, 오대산 월정사에서 월운 스님을 시봉하며 월정사와 인연을 맺었다. 동학사, 선암사,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에서 여러 스승에게 수학하고 백담사 오세암 설운당 봉인 선사의 법맥을 사승했다. 이후 월정사에서 법을 폈다. 교학에 밝았던 스님은 51년 동국학원 이사장에 취임해 종합대 승격에 힘썼고, 이후 교화에 전념하다 69년에 세납 86세로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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