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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전강 스님 갑인년 하안거 해제법어

기자명 법보신문

해제해도 선지식 간택 용맹정진
금생에 결단코 생사대사 판결하라

족로천간수(足千間水)하고, 신파만산운(身破萬山雲)이니라.

수행납자의 살림살이는 부유만덕(富有萬德)이로다. 차 한잔 마시는 것도 법이요, 잠 한숨 자는 것도 법이다. 청풍명월도 내 소유요, 청산백운도 내 소유다. 그러나 다시 보니 탕탕하여 한 티끌도 없다. 생사도 없는 곳에 무슨 티끌이 있으리요.(중략)

호수는 오히려 자체나 있다만 우리의 근본면목은 그 자체마저 없는데 어째서 팔만사천번뇌로 끝없이 생사대해에 윤회만 하는가. 무섭다! 무명칠흙의 이 생사업이여! 무량겁을 두고 깜깜하던 이 본래 면목을 찾으려고 발로는 천간수를 딛고 몸으로는 만산 구름을 헤치는 발심납자의 고달픔을 쉴 곳은 과연 어디냐.

약인투득상두관(若人透得上頭關)이면, 시학산하대지관(始學山河大地寬)이다.

발심납자들이여! 꽉 막혀서 알 수 없는 상두관만 뚫어라. 그러면 산하대지 그대로 불법의 적적대의요 그대의 안심입명처가 여여히 드러날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본 참 공안만 빈틈없이 거각하다 보면 문득 일언지하에 생사고해에서 뛰어날 것이니 항상 관심을 간절히 하라.(중략)

사량분별이 아무리 일어나더라도 염기불(念起不) 파하고 자꾸 알 수 없는 의심관만 지어 나가야지 참선하다가 망상이 나니까 책이나 보고 또한 시를 지으니, 이것은 선객의 짓이 아니다. 근본 신심이 약하고 간절한 마음이 없기 때문에 고인의 기언묘구를 취하는 것이니 이렇게 백겁천생을 공부한들 무슨 소득이 있으리요. 오직 간절한 마음으로 일념일념을 단속할 지언정 또한 크게 깨닫기를 기다리지 말라. 다만 범정(凡情) 다할 뿐이요, 별로 성해(聖解)가 없는데 무엇을 보며 무엇을 알 것인가.

참선하는 마음으로 대오를 기다린즉 그 대오지심이 크게 장해되는 법이니 일체분별을 쉬고 어쨌든지 화두만 의심하라.

작야송담풍우악(昨夜松潭風雨惡)터니, 어생일각학삼성(魚生一角鶴三聲)이라.

“어젯밤 송담에 바람불고 비오더니 고기에 뿔이 나고 학은 세 번 울더라” 했으니 이 어생일각이 무슨 도리냐. 공안이란 이사가 딱 맞아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없는 자체도 없는 것이다.” 이따위 소견으로 참선한다면 그것은 죽은 참선이다.(중략)

해제하기가 바쁘게 산을 찾고 물을 찾아서 여기저기 유랑하니 이같이 돌아다니면서 20년, 30년을 허송한 뒤 늙고 병들어서 올 곳 갈 곳이 없으면 그때 누구를 원망할 터인가. 삼조연하다. 칠척단전만 있으면 거기 앉아서 어진 도반과 옳은 스승을 간택하여 용맹정진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지 금생에는 결정코 생사대사를 판결하기를 간절히 부탁하노라.


전강 스님은
전강 스님(1898∼1975)은 16세에 해인사에서 인공 화상을 은사로 득도, 해인사 강원에서 대교과를 수료하고 김천 직지사 제산 스님 회상에서 8년 동안 머리 뒤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용맹정진했다. 만공 스님에게 법을 인가 받아 선종법맥을 이었으며, 33세에 통도사 조실을 거쳐 여러 선원 조실을 거친후 62년 인천 용화사에 법보선원을 건립해 후학을 제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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