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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로(開却路)

기자명 법보신문

운문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
“설봉 화상이 말씀하시기를 ‘길을 터 놓으니 달마가 왔다’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스님이 말했다.
“화상의 콧구멍을 쥐어지릅니다.”
운문 스님이 다시 물었다.
“지신(地神)이 나쁜 생각을 일으켜서 수미산을 한주먹 갈기고 다시 범천으로 뛰어 올라 제석의 콧구멍을 쥐어찔러 깨뜨렸는데, 그대는 어째서 일본 나라 안에 가서 몸을 숨기는가?”
스님이 말했다.
“화상께서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운문 스님이 다시 물었다.
“노승의 콧구멍을  쥐어질렀다는 일은 또 어찌 되었는가?”
스님의 대답이 없자 운문 스님이 말했다.
“그대가 말이나 배우는 무리임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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