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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⑭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은 선을 깨닫는 수단으로 삼았을 뿐
선은 언어 부정이 아니라 언어 극복에 있어

본래 선은 언어와 문자로 나타내거나 가르칠 수 없고 오직 마음과 마음으로써만 알 수 있고 전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법사님은 왜 말로 설명 하려 하십니까?

그렇게 저를 향해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불교, 그 가운데에서도 선가에서는 선에 대해 입을 열어 설명 하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선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행위라고 여겨 왔습니다.

선은 불립문자며 언어도단이며 교외별전이기 때문에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고 다만 묵묵히 참구하여 마음의 본성을 밝히는데 힘써야만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처님께서는 선에 대해 정작 저와 같은 입장을 취하시지 않았다는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즉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선과 선가에서 내려온 선이 같은 불교 속에서도 그 해석이 다르다는 사실에 한번쯤은 주목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선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삼으려 했던 반면 선가에서는 선을 수단이나 방법으로써가 아닌 깨달음의 경지 그 자체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불교의 선이 언제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느냐는 선의 기원을 말하는 데서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의 선의 기원을 말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부처님이 당시 인도의 기존 수행법들을 버리고 보리수 나무아래에서 부처님 스스로가 최초로 발견하고 실천 하였던 지관쌍수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선가에서는 여기에 근거를 하기보다는 소위 삼처전심에 근거를 두어 선을 이야기 합니다. 잘 알다시피 삼처전심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경지를 세 번에 걸쳐 교가 아닌 마음으로 상수제자인 가섭존자에게 특별하게 전한 일입니다. 이렇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진 법은 그 뒤로 계속되어 달마조사를 통해 중국에 전해져 오게 되었고 여기서 선불교가 일어나 오늘에 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야합니다. 여러분들이 의아해 하겠지만 삼처전심의 사건은 후대에 중국에서 만든 이야기로 실지로 부처님 당시에 있었던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된 자료에 의하면 삼처전심은 중국 선종에서 자신들이 부처님의 법을 이어 받은 유일한 계승자임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영산에서 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꽃을 들어 보였다는 식의 사건들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삼처전심의 근거가 되는 경전 중에 『불설 범천왕 소문경』이라는 경이 있는데 이게 그중의 하나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면 부처님은 누구에게도 비밀이 없으셨습니다. 따라서 제자들에게 법을 전하는데 있어서도 말씀 외에 누구에게 따로 특별히 전하거나 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선은 누구나 항상 말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고 의심할 수 있고 실천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중국에서 일어난 선법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은 비록 만들어낸 이야기일지 모르나 그곳에는 부처님이 우리들에게 일러주시고자 하는 진실이 모자람 없이 고스란히 감추어져 있습니다.

불교 속의 모든 가르침은 실천과 깨달음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 선종은 그런 점에서 말과 방법에만 매달려 도를 찾으려는 수행자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중생은 언어로 생각하고 언어로 말합니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열어 보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언어를 사용 하셨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곧 진리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에 매달려 진리를 알려고 해서도 안 되지만 언어를 버리고 진리를 알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언어에 대한 집착은 말을 하고 안하고에 있지 않습니다. 언어를 좇아가는 것이 병이 된다면 언어로부터 도망가는 것도 병이 됩니다.

저는 참된 불립문자, 참된 삼처전심의 의미가 진정 언어의 거부에 있다고 생각 하지는 않습니다. 선은 언어의 부정에 있지 않고 언어의 극복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말씀에 근거하여 선을 수행하고 이에 의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말이 끊어진 도리가 어디 있는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유마선원장

유마선원         02)737-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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