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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양들의 최면

기자명 법보신문

명상은 지각하는 새로운 방식과의 친화
내면에 대해 바른 인식 갖도록 노력해야

인적이 드문 깊은 산중에 한 마법사가 양을 치며 살았다. 그런데 마법사에게는 양밖에 달리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양을 잡아먹으며 지냈다. 대신 양들에게는 한 마리씩 친구들이 사라져갔다.

마법사를 무서워하게 된 양들은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언제 자신의 차례가 될지 무서워진 양들은 모두 산속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매일 여기저기 숨은 양들을 찾는 일은 마법사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매일 숨은 양을 찾는 일에 지친 마법사는 묘책을 하나 생각해냈다. 마법사는 양들에게 최면을 걸었다.

“어린 양아! 너만은 예외다. 다른 양들은 모두 죽을지 몰라도 너만은 죽지 않는다. 너는 보통 양이 아니라 신성한 특권을 가진 양이다.”

또 다른 양에게는 각각 이렇게 최면을 걸었다.

“너는 양이 아니다. 너는 사자다. 너는 호랑이다. 잡아먹히는 건 양 뿐이다. 그러니 숨을 필요가 어디 있느냐? 잡아 먹힐까봐 숲에 숨는 사자를 본적 있느냐 그들은 강인하여 절대 숨는 법이 없지. 그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숨지 말거라.”

그리고 어떤 양에게는 심지어 “너는 사람이다. 사람이 무서워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최면을 걸어 놓았다.

그날 이후 마법사는 계속해서 양들을 잡아먹었지만, 양들은 한 마리도 산속으로 숨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양들이 저마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사자다. 난 호랑이다. 난 사람이다. 난 절대로 죽는 법이 없다’

명상으로 번역되는 티베트어 곰(gom)은 좀 더 정확한 말로 ‘친밀해지기’의 뜻이라 한다. 명상이 단순히 나무그늘 아래 한적히 앉아 마음을 쉬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자신의 내면의 관조, 현상계와 사물들을 지각하는 새로운 방식과의 친화다.

“내가 지어낸 생각이 도리어 나를 구속하지 않게 하소서.”
이것은 티베트의 성자인 밀라레빠의 기도문 중 한 구절이다.

마음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자신의 내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뭔가를 쟁취하고 이루기 위한 경쟁심으로 혼란을 느껴서는 안 된다. “능히 경계를 굴릴 수 있다면 바로 여래와 같다”는 능엄경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면, 스스로 단단한 쇠줄에 엮인 죄수처럼 “풀어 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아무도 구속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최면에 걸린 양일까?

보경 스님 dharm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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