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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만드는 윤리 교과서 돼야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6.10.09 09:14
  • 댓글 0

김 형 중
문학박사, 동대부고 교법사

교과서는 한 나라의 경전과 같다. 학교 교육에서 모든 학생이 필수적인 교재로 선택해서 학습해야 하고, 또 교사가 수업을 할 때 교육 내용의 바탕이 되고 지표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입시(入試) 문제의 기본 자료가 되기 때문에 교과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 9월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최한 ‘고등학교 도덕과 선택중심 교육과정 제 2차 워크숍’에서 8차 교육과정에 의한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 개발 편찬을 위한 새로운 시안이 거의 확정적으로 논의되었다.

『윤리와 사상』 교육과정 시안은 한 마디로 개악(改惡)이다.

우선 1안과 2안의 ‘내용 체계’를 살펴보면 핵심은 ‘한국 윤리’의 축소이다. 현행 윤리 교과서는 ‘Ⅱ. 윤리의 흐름과 특징’에서 동양 윤리와 한국 윤리를 두 단원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는데 새 시안에서는 동양 윤리와 한국 윤리를 한 단원으로 묶어서 ‘Ⅱ.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으로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대단원 ‘Ⅳ. 한국 윤리 및 사회 사상의 정립과 민족적 과제’를 삭제하고, ‘Ⅳ. 사회와 사상’으로 하였다.

1안의 목차에서 대단원 ‘동양과 한국 윤리 사상’의 중단원 단원명을 보면 ‘유가 사상, 불가 사상, 도가 사상, 한국의 고유 사상’으로 되어 있고, ‘서양 윤리사상’에서는 ‘목적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 덕 윤리, 그리스도교 윤리, 근현대 윤리’로 되어 있다. 이렇게 단원명이 균형과 통일성이 없다.

동양사상의 단원 명칭은 현행 교과서에서는 ‘유교 윤리, 불교 윤리, 도교 윤리’로 서술하고 있는데, 새 시안에서는 ‘유가 윤리, 불가 윤리. 도가 윤리’라고 되어 있다. ‘그리스도교’를 ‘예수교’나 ‘야소교(耶蘇敎)’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언어의 이미지 측면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기피하는 용어들이다. ‘불가(佛家)’의 용어도 그렇다. 숭유억불시대인 조선시대 때 일부인이 쓰다가 지금은 사라진 용어다. 도가(道家)는 노자 · 장자의 사상적 측면 즉 학파적 의미로 쓰이고, 도교(道敎)는 종교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도가와 도교의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교과서의 내용은 당시대인의 합의된 정설을 담아야 하고, 보편성이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새 시안에서 어찌하여 ‘불가, 유가, 도가’ 라는 각기 종교 교단에서 기피하는 용어를 일부러 선택하여 사용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또 ‘서양 윤리 사상‘에서는 ’근현대 윤리‘란 단원에서 ’생명 윤리‘를 비롯하여 실존주의, 생철학 등을 다루고 있는데 ’간디의 생명 존중 사상‘이 학습 요소에 나타나 있다. 이 내용은 대단히 잘못 되었다. 학생들에게 동양 윤리나 한국 윤리는 고전적 중세 윤리이고 서양 윤리는 근현대적 윤리라고 그릇되게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간디는 동양인을 대표하는 20세기 성자이다. 그러한 간디의 사상이 서양 윤리를 거룩하게 서술하는데 보조 역할로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생명 존중 사상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킬 내용으로는 불교의 불살생 사상, 동체자비 사상, 도교의 무위자연 사상 등이 더 효과적인 내용이라 사료(思料)된다.

2안의 ‘서양 윤리 사상’ 역시 중단원의 목차 이름을 보면 ‘인간은 죄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가’에서 ‘신의 관념이 서양 윤리문화에 차지하는 위상’. ‘죄와 구원의 문제’ 등을 학습 요소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그리스도교 종립학교 종교(기독교) 교과서 단원이나 내용을 다루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필자는 우리의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윤리 도덕 교과서를 대할 때마다 이 교과서가 한국인을 만들려는 교과서인가, 서양인을 만들려는 교과서인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 엄밀히 말하면 기독교인을 만드는 교과서인가 하는 우려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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