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와 선사의 ‘할’

기자명 김민경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금과옥조’ 라도 알아 들어야 보약

法의 전달방식 다양화를


틱낫한 스님이 지난달 중순 두 번째로 한국땅을 밟았을 때, 어떤 일간지 기자가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에게 전화 넣어서 묻길 “한국에는 왜 틱낫한 스님처럼 훌륭한 스님이 안 나오는 걸까요”라며 그 이유를 대어 달라고 했단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기자=이리떼’라는 등식이 성립되게 하는, 그런 전형적인 유형의 몹시도 싸가지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틱낫한 스님의 행보가 시시콜콜 기사화되고 화제를 모으는 것을 보면 누구나 그런 궁금증이 머릿속에 떠오르게도 되는 모양이다.

도올 선생이 틱낫한 스님을 인터뷰하고 나서 ‘이 정도 스님은 한국에도 많다’고 하긴 했으나 틱낫한 스님이나 달라이라마처럼 ‘세계적 지명도’에다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해냈다는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한 한국국적의 스님이 없는 것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도 그리 실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선 기자가 보기에 그 질문의 가장 큰 원인이랄까 답안은 영어권 공략의 성공 유무에 있어 보인다. 두 스님은 미국에서 수학하거나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훈련받은 이력이 있다. 그들의 책은 대부분 처음부터 영어로 쓰여 졌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뤄진 강연을 (영어로) 정리한 것이다. 30년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일고 있는 불교 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불교 관련 서적은 서구의 출판시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주제로 대접 받은 지 오래이다. 지금, 현지 불교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틱낫한 스님과 달라이라마의 이름 아래 출간된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이젠 상례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눈높이 법문’이다. 한국 큰스님들의 법문이나 틱낫한 스님-달라이라마의 법문은 사실 내용상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대개 불교사상의 핵심인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게다가 불법(佛法)을 받들고 세상에 전하는 임무를 실천하는, 같은 입장과 출발점을 지닌 스님들의 법문이므로 그 내용은 결코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 크게 다른 점이 있다.

한국 큰스님들이 공부인들이나 학인들을 앞에 두고 있을 때에야 적합한 수준의 법문을 한다면 한국 밖 두 스님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알아먹을 수준의 단어를 쓰고 법문의 전개방식도 딱 그 수준에 맞추어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니 부처님을 믿든 타종교를 믿든, 무종교라고 하든 그 그늘에 스스럼 없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알아먹지 못하면 방망이부터 맞아야하는 임제종의 가풍을 지나치게 충실히 잇고 있는 탓인지 거두절미형 풍속에다가, ‘열려있는 귀’보다는 ‘알아듣는 귀’만을 위해 전개되는 편이다.

그리 오래전이 아닌 어느 해에 일단의 일간지 기자들이 한 큰스님을 인터뷰하러 남쪽의 어느 큰절에 몰려갔다. 그 날 그 자리에는 종교계 취재가 처음인 기자도 끼어 있었는데 그는 그 날 친견하게 된 큰 스님이 법문 말미에 갑자기 큰소리로 ‘할’을 하자 옆에 앉은 동료에게 “저건 또 무슨 퍼포먼스냐”고 진지하게 물었다고 한다. 우리 불교계는 이제 못 알아먹는 그를 나무랄게 아니라 전달방식의 개선을 참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빌면서 말이다.


김민경 취재부장
mkkim@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