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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부모미생전 본래면목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 몸 받았기에 불법을 만났고
수행문 들었으니 은혜 헤아릴 수 없어

큰 파도가 일어난 것처럼 숲이 일렁거리고 있다.

산벚나무가 봄에는 꽃으로 첫 소식을 전해주더니 지금은 소슬바람에 몸을 맡겨 거추장스런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오직 진실만을 드러내고 있다.

낙엽이 뿌리에 내리듯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차례를 마치고 절에 찾아와서 어렸을 적 추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어느덧 두고 온 고향이 그리워진다.

세속의 집을 떠난 사문에게 고향을 물어보면 실례가 되는 일인데 마을 사람들은 인사를 건네듯이 궁금해 한다.

동진 출가한 자식을 생각하며 눈물로써 세월을 보냈다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새벽 종성에 간절하게 실어 나무아미타불을 부른다. 지난해는 불사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했더니 몸이 아파서 부모 형제가 그립고 고향 산천 생각으로 눈물이 났다.

고향을 떠날 때는 금방이라도 공부를 마칠 것 같이 생각을 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공부가 진전이 없거나 몸이 아플 때는 스님들도 옛 생각으로 끝없이 치달리게 된다. 그러나 한 생각을 다시 돌이켜 거슬러 올라가면 부모가 낳아주기 이전 본래면목이 나오는데 여기에 이르러서는 일체 생각과 경계가 공하여 흔적도 없다.

출가란 세상의 인정을 끊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한적한 곳에 두어 생각을 오롯이 하여 무릇 세상의 티끌을 벗어남인데 어찌 세상 인정을 그리워한단 말인가

옛 부터 큰 도인이 세상에 출현함은 성품을 한번 밑바닥까지 사무쳐서 한 티끌도 없는 바탕을 철견했기 때문이다.

경허스님의 제자였던 수월스님은 깨닫고 나서 만주에서 독립군 뒷바라지로 공부를 마무리 하였는데 참으로 인간적인 삶이었다. 스님의 남아있는 유일한 법문에는 부모로부터 받기 어려운 사람 몸을 받았으니 출가하여 도를 통하지 못하면 부모님께 효도를 못했으니 죄가 되고 부처님의 은혜를 등지게 되니 두 집에 죄를 짓게 된다고 하였다.

출가하여 도를 통하면 그 공덕으로 조상의 모든 영령들이 이고득락을 한다고 하시며 “한 집안에 천자가 네 명 나는 것보다도 도를 깨친 참 스님 한명 나는 게 낫다”는 옛말이 있다고 하였다.

부모로부터 사람 몸을 받았기에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고 수행문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참으로 그 은혜 헤아릴 수 없다. 금생에 이 몸을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허허로운 바다 지나가는 여객선
앞마당에 서서 끝없이 따라가다가
수평선 너머 아득히 멀어지니
다시 선실로 돌아오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haejoum@ggse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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