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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뱀 우화’의 교훈

기자명 법보신문
승단의 화합을 당부하기 위해 부처님이 들려주신 우화 한가지가 백유경(百유經)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뱀의 꼬리가 머리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앞서 가야겠다.’ 그러자 머리가 말했다.



뱀 꼬리와 머리 싸우는 내용

‘언제나 내가 앞서 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소리냐?’ 머리는 꼬리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앞서 나갔다. 그러자 꼬리는 심술이 나서 꼬리로 나무를 칭칭 감아버렸다. 머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가봐라, 가봐. 언제나 머리 네가 앞서 갔다며?’ 꼬리는 머리의 약을 올렸다. 머리는 하는 수 없이 꼬리를 앞세워 나가게 하였다. 그러나 꼬리에는 눈이 없어 꼬리는 길을 잘못 들었고 낭떨어지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이글이글 타고 있는 불구덩이에 떨어진 바람에 뱀의 머리도 타고, 꼬리도 타고 몸둥이 마저 타 죽어 버렸다.”



머리-꼬리 싸우다 결국 죽어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 한 토막 우화야말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날카로운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해마다 우리 나라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를 철석같이 맹세했던 부부가 이혼하는 것도, 서로 저만 잘났고, 서로 저만 옳다고 우기다가 결국은 갈라서게 되는 것인데, 이렇게 이혼하게 되면 남편도 망하고, 아내도 망하고 자식들까지 망하게 되니, 뱀의 머리와 꼬리가 싸우다가 뱀 전체가 불타 죽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노사분규로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뱀의 머리와 꼬리가 다투다가 불에 타죽은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정치판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자기네만 옳다고 싸움질만 해대는 통에 나라 살림이 거덜날 지경에 이른 것도 뱀의 머리와 꼬리가 싸우다 불타 죽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남의 동네 이야기는 젖혀두고라도, 우리네 불교집안에서 부처님의 경고를 묵살한 채 뱀의 머리와 꼬리처럼 타죽을 일을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태고종 사태 이 뱀과 같아

대한불교조계종은 고산스님과 정대스님이 총무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유례없는 평온을 유지해 완전무결한 화합종단을 이룩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조계종이 이렇듯 평온과 화합속에 불교의 위상을 제대로 세워가고 있으니 이번에는 또 태고종에서 분단이 일어나 재가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시피 50여년 전에만 해도 세상 사람들은 출가수행자를 ‘스님’이라 부르지 않고 ‘중’이라 불렀다. 출가수행자가 ‘중’소리를 듣다가 ‘스님’이라는 경건한 호칭을 얻게 된데는 참으로 길고 긴 50여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기나긴 50여년 세월 동안 스님들은 그야말로 죽 한 그릇, 감자 한 덩어리, 고구마 한 개로 끼니를 이어오며 처절한 구도의 길을 걸어 왔다.



태고종 폭력 불교 전체 망신

‘스님’이라는 칭호는 실로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종단, 저 종단에서 분규가 일어나고 각목이 난무하면 세상 사람들은 어느 종단, 어느 종단을 가리지 않고 불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고 불교계 전체를 싸잡아 욕을 퍼붓는다. 태고종이 또 한번 추태를 보이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면 태고종만 욕을 먹고 태고종만 망하고 태고종만 죽는 게 아니다. 뱀의 머리와 꼬리가 싸우면 결국 뱀의 머리만 죽고, 뱀의 꼬리만 죽는 것이 아니라 뱀 전체가 불타 죽게 되듯이, 어느 한 종단이 치사하고 더러운 싸움을 벌이면 한국불교도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 태고종이여, 제발 뱀의 우화를 명심하라.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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