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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마음 닦기

기자명 법보신문

내 마음 내가 쓰는데도 주객이 전도
이것만 잘 쓰면 통하지 않음이 없어

여기 한 물건이 있다.

사람에게 각각 하나씩 있는 것이다. 그런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고, 이름도 없다. 위로는 하늘을 바치고, 아래로는 땅을 버티며, 해와 달보다 더 밝고, 천지보다 크다. 가고 눕고 앉고 서고, 말하고나 묵묵히 있거나, 움직이거나 고요한 일상 가득 분명한 이것이 무엇인가?

이것은 잘 쓰면 통하지 않음이 없다. 이것을 잘 못쓰면 하는 것 마다 막힌다.

이것을 마음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우리는 이 마음의 주인 노릇은 못하고 산다.

번뇌라는 한 마리 말이 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그 말을 붙들어 매기 위해 매일 같이 말과 씨름한다. 그러나 천성이 야생마라 거칠기 짝이 없다. 한 번도 누구에게 붙들려본 적이 없으니 녹록치 않을 수밖에. 아주 드물겠지만 이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는 우선 말의 특성을 살펴본다.

보아하니 고삐를 잡고 길들이기는 애초에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그는 벌판에 내버려두기로 한다. 어디가든 내 말이니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될 수는 없다. 굳이 내 마음대로 부리려하지 않고 우선 말이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맡겨둔다. 그가 믿는 생각은 “지가 날 뛰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뿐이다.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한 낮에 일에 열중하다 보면 아직도 이마의 땀을 훔치기도 하지만, 가을은 가을이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포교당에서 휴가 한번 못가고 살자니 좀 지치기는 하다. 칠팔월의 땡볕에 늘어진 꽃잎처럼 움직이는 것도 줄여 아침 산책 정도 힘쓰고 나면 하루가 아직도 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즈음, 정오의 햇살이 사선으로 눕는 오후가 되면 약사전 뜰에 나가 고추잠자리처럼 맴돌며 한낮의 기도에 열중해보기도 하고, 팔이 걸리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돌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있자면 느티나무 위로 새떼가 울며 날아다녀도 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때가 있다. 분명 산비둘기가 틀림없는데…. 약사 부처님 앞 돌 수각에 내려와 목을 적시고, 까치가 이리저리 날며 깍깍거린다. “참고 기다리면 장미꽃이 핀다.”더니 올 봄부터 치면 거의 4차례에 가깝게 저 장미는 피어나는 것이다.

가을 하늘이 높아서 좋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dham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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