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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돌보는 자비심이 불국토 초석

기자명 법보신문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 우 학 스님

오늘은 9월의 초하루입니다. 초하루법회를 챙기다 보면 한달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유수와도 같은 세월의 길목 담벼락에 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이 도대체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차피 사는 세상이라면 제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어차피 사는 세상 잘 사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자, 볼펜을 꺼내서 한번 써보십시오.

첫째 인연을 잘 가꾸자, 둘째 어려운 사람을 잘 돌보자, 셋째 불국토 건설에 동참하자.

인연 복은 가꾸기 나름

동작이 느린 분들은 아마 볼펜 꺼내는 사이에 후딱 지나갔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되짚어 보도록 합시다.

첫째 인연을 잘 가꾸자.

어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선발투수가 바로 배영수 선수였습니다. 배영수 선수가 제 마을상좌(유발상좌)입니다.

저로서는 어제 배영수 선수가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그런데 마침 공도 잘 던져서 MVP도 받았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점잖고 속이 찬 아주 괜찮은 아이입니다. 마을상좌를 맺어놓으니까 신경이 좀 쓰여요. 공을 잘 못 던지면 어떡하나 했는데 잘 던져줘서 마음이 참 흐뭇하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마을상좌, 상좌, 우리 신도가 잘돼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고, 스님이라면 누구나 ‘우리 불자들이 잘 돼야 할 텐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중에서도 불자라고 하면 훨씬 더 친근감이 있고 안볼 것도 더 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마을에서 많은 인연의 그물을 치고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오늘같이 초하루 법회가 있는 날이면 절에 나와서 나와 인연 있는 이웃들도 챙기게 되고 가족의 건강이나 소원도 챙기게 되고 가정의 평화도 발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하루는 그 달의 첫날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부처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그 마음이 간절하면 할수록 부처님 가피가 반드시 상응할 것입니다.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우리가 인연 닿은, 그리고 인연 짓고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마치 배영수 선수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연복입니다. 인연의 복은 가꾸기 나름입니다. 거기서 수확되는 것에 따라 인연되는 사람들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나와 이생에서 여러 인연으로 만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그들의 행복을 발원하는 것은 나 스스로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첫 번째 길입니다.

두 번째는 어려운 사람도 돌보며 살자는 것입니다.

‘어렵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네가지 고통(四苦)으로 나누는데 사고(四苦) 가운데 으뜸 즉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으뜸은 생(生)입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겪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실감나는 고통은 병고입니다. 아프면 모든 것이 귀찮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좀 아프지 않을까에 대해서 많은 인간이 고뇌하고 연구하지만 사실 해결방법이 잘 없습니다. 부처님도 “고통에 처한 사람, 특히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은 보살행이자 부처님을 돌보는 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영남불교대학에서는 다음주 일요일 늦은 오후 3시부터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가을음악회를 개최합니다. 이 음악회는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이런 행사를 하다보면 1000에 1명씩은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행사를 왜 하냐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우리 절도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나름의 출혈을 하기 마련이지만, TBC 같은 방송사도 적자를 보면서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이 행사에 출연하는 현철 씨나 송대관 씨도 다른 무대에 나가면 훨씬 많은 돈을 받겠지만 겨우 차비나 되는 돈을 받습니다. 어려운 사람 돕자는 생각이 하나로 모아져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모든 불교인들은 이러한 이치를 이해하시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합니다.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행사가 원만해지고 고통에 처한 사람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20여년전 백혈병에 대해서 크게 충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강원도 어느 산중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 젊은 새댁이 7살된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얼굴이 아주 창백해 보여서 ‘아이가 왜 이렇습니까’ 하고 물으니 백혈병이라고 하더군요.

아픈이 돌보는 것이 보살행

몇 년 뒤에 부모를 다시 만났는데 아이가 없는 겁니다. 그 사이 치료비가 없어서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백혈병은 돈을 많이 먹는 병이잖습니까. 그때 언젠가는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해서 꼭 원력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이번 행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인연 닿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다보면 자연히 어려운 사람도 돕고 사는 너그러움과 자비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앞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불국토 건설의 기본 바탕이 되는 마음입니다.

세 번째 불국토 건설에 동참을 하자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불국토가 건설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불교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변의 돌덩어리가 되느니 차라리 쇠똥 위의 말똥구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숨 붙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불교가 마치 박제나 화석인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능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방향을 못찾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11월에 중국 청도에 법당을 개원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더니 그곳에서 몇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영남불교대학 신도들의 원력으로 청도 신도들의 소원을 들어주신데 대해서 감사합니다. 현재 청도에는 한국인이 10만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열 다섯곳이나 되지만 절다운 절은 한 곳도 없어서 신도의 아파트에서 매주 일요일 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 당국의 통제 속에 미약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10여년간 중국에서 거주했습니다. (중략) 마음놓고 절할 수 있는 기도도량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의 불자들은 아주 감사하고 있습니다. 청도는 큰 사업체는 없어도 조그만 사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불교를 찾지 못했던 저같은 불자들이 불교를 더욱 찾을 것입니다.”

청도에 거주하는 만여 명의 불자들이 갈 곳 없어 하다가 우리절에서 분원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워하고 환희심을 내는지, 우리가 그런 칭찬을 듣기에 미안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불국토 건설에 한 일원으로서 동참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셔야 합니다. 법당이 하나 개원할 때마다 한 부처님이 출세하시고, 그 일대 모든 사람들에게 불심이 싹튼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습니다. 나중에 죽는 그 순간, 내가 살아생전 불국토 건설에 앞장섰다고 하면 얼마나 뿌듯하겠습니까. 불교공부 열심히 하고 불국토 건설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앉아 있는 것’은 불교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을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 인연을 잘 가꾸고, 어려운 사람 돌보고, 불국토 건설에 동참하는 일은 각각 따로 행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내 주변을 잘 돌보고 그네들을 돕다보면 자연히 자비심이 생기고, 그 마음에서 힘이 생겨 결국 불국토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오늘 또다시 한 달을 여는 시점에서 여러분들의 주변자리를 잘 관찰해보시고,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를 가슴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정리=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이 법문은 10월 22일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초하루법회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우학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영축총림 통도사에 출가하여 성파 스님을 은사로 득도하였다. 대학에서 선학(禪學)을 전공하였으며 성우 스님으로부터 비니(毘尼)정맥을 이었다. 현재 영남불교대학·大관음사에서 회주의 소임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금강경 핵심강의』, 『길손여행』, 『완벽한 참석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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