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나 돋보이는 것은 필자가 스님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영 연합군에 의한 이라크 전쟁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전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그 첫 째이다.
빈 라덴을 잡는다고 그렇게 큰소리치던 미국의 자존심은 지난 아프간 전쟁으로 여지없이 구겨지고 말았다. 최첨단을 자랑하던 각종 무기들도 결국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라크 침공에서 그 체면을 세워 보겠다며 계속 공격을 퍼붓고 있으나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착각은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아픔만을 던져줄 뿐, 미국이 명명한 이번 전쟁의 이름처럼 ‘이라크의 자유’나 ‘세계의 평화’와는 십만 팔 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다.
둘째로는 ‘끝없이 계속될 인과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자비심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인욕으로서 보살은 더 큰 보살이 되는 것이다. 그토록 상처받게 한 저 어린 아이의 가슴에 남을 미국에 대한 증오가 훗날 또 다른 9·11 테러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수많은 빈 라덴을 만들었다는 기사가 공공연히 보도되는 현실에서 오늘은 가시적으로나마 미국의 승리로 비쳐지겠지만 곧 다가올 멀지 않은 미래에 저 아이들의 한(恨)이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로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그래서 부처님은 좬증일 아함경좭에서 “설사 허공을 땅으로 만들고 땅을 허공으로 만들 수 있다해도 이미 뿌려놓은 인연의 씨앗은 썩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나니, 인연이 무르익는 날에는 반드시 받아야 하리”라고 설하셨다.
셋째 내 욕심을 위해 남의 잘못을 빌미로 자행되는 부도덕의 문제이다.
이번 전쟁에 많은 이들은 미국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일으켰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 중에도 유전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도덕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걸프전 때 열화우라늄 탄을 사용함으로써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선천적인 기형아 출생과 암을 유발시키는 것이 문제인데 그 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열화우라늄 탄을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선례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를 무시하는 오만한 미국이 세계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언제나 평화와 안락을 추구하는 부처님은 원수를 원수로 갚으려하거나 원한을 원한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어리석음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이르셨다. 원수나 원한은 끝없는 악 순환을 가져올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악의 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어떤 의도나 선입견이 배제된 상태의 순수에서 진정으로 이 전쟁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이 최선을 위한 최후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심 산 스님(ssh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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