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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도론』 ②

기자명 법보신문

계는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

<사진설명>스님들이 경전을 배우고 있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중앙아시아의 9~10C 벽화.

계와 율의 차이점

율속에는 계(戒)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계는 무엇일까? 계란 자율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적 규범을 말한다.

부처님의 재가제자들에게는 율은 없고 계만 있다. 반면에 스님들은 율 속에 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계는 오계[五戒 : 살생, 도둑질, 잘못된 음행, 거짓말, 음주를 삼가는 것]라고 되어 있어 항상 지켜야 하는 규범[常戒]이다. 계는 마음으로 지킨다. 설령 길을 지나가다 모르고 개미를 죽일 수 있지만, 이것은 고의적으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를 깬 것이 아니다.

동기와 의지에 따라서 계를 지키고 계를 파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로 지켜야 하는 계이다. 남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 계이다.

그렇다면 계를 깼을 때는 그 순간 참회하고 다시 계를 지키려고 하면 된다. 이 5계를 일상생활 속에서 잘 지키고 사는 것이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잇고 있는 〈청정도론〉에 제시된 청정에 이르는 7걸음의 첫 걸음이다.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忘語), 불음주(不飮酒,)의 다섯 가지 계를 재가자로서 지키려면 어렵지만, 이 다섯 가지 계는 깨뜨린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계의 정신이다. 다시 지켜야겠다고 마음먹고, 또 지키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는 스스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울타리이기 때문에 그 울타리를 내 잘못으로 망가뜨렸다고 해서 다 쓰러뜨리면 도둑이나 외부사람들이 쉽게 들어오게 된다. 한쪽 귀퉁이 울타리가 무너졌으면 다시 고쳐서 이어 놓으면 된다.
이 일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으로 계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설령 깨뜨렸다고 해도 참회하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계의 정신이다.

계와 업보

계를 깬 것은 자기한테 나쁜 업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나쁜 업(惡業)의 과보(果報)는 자기가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과보를 받을 때 우리는 결과로서 받으면서 또다시 악업을 짓기도 한다. 그러면 악업, 나쁜 행위에 대한 결과는 계속 이어 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나쁜 행위에 대한 결과를 받으면서 마음으로 이젠 나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 악업은 단절된다.

업은 마음의 의지작용이라고 한다. 업은 마음으로 짓고, 말로 하고, 행동으로 한다. 오계를 열 가지로 펼치면 십선계(十善戒) 또는 십선업(十善業)이 되는데, 그 열 가지 중에서 말(語)로 짓는 업이 네 가지나 된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의도적인 행위를 좋게 만드는 것, 이것이 십선업이고, 이것을 나쁘게 짓는 것이 십악업이 되는 것이다.

오계를 지키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씨를 뿌리는 것이다. 천상에서 태어나고 싶으면 십선업을 닦아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부처님이 재가 수행자들이 닦아야 할 덕목으로 강조한 가르침이다. 사실 〈청정도론〉은 수행하지 않는 재가자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청정도론〉과 초기경전 가운데에서 재가자를 위한 법문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첫째는 보시(施)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법이나 따뜻한 마음을 베풀라는 의미이다. 둘째는 계(戒)를 스스로 지켜라. 셋째는 마음을 닦아서(修) 천상에 가는 업을 지으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재가자의 실천 항목은 초기불교의 가르침이면서 〈청정도론〉 등에 제시된 남방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베풀라는 것은 탐욕을 덜어 내라는 가르침이고, 계를 지키는 것은 탐심과 진심에서 어느 정도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불살생(不殺生)은 화나는 마음, 진심(瞋心), 분노(忿怒)를 다스리는 것이다. 도둑질은 탐심(貪心)하고 관계가 있다. 그래서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 가운데 욕망과 분노를 계로써 다스릴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탐심과 진심을 계로써 막아 준 다음에 마음의 향상을 이루기 위해 수행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계정혜 삼학의 선정과 지혜로 넘어가는 것이다.
 
김 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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