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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21

기자명 법보신문

간화선도 몽중일여의 고차원 집중 요구
간화선 말하면서 깨달음 쉽다하면 안돼

큰 스님들 법문을 듣다보면 깨달음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자주 등장 합니다. 심지어는 세수하다 코만지는 것 보다 더 쉬운 게 깨달음이라는 말씀도 하 십니다. 어떠한 이치로 그와 같은 일이 가능 합니까?

그와 같은 경우는 과거 중국의 선종에서 조사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알다시피 중국 선종의 특징은 불립문자 하고 직지인심 하여 견성성불하게 하는 방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수행과 깨달음을 물으러 온 사람에게 잡다한 교리나 수행법을 일러 주지 않고 그대로 묻는 사람의 마음을 찔러 들어가 자신의 본성을 보게 하여 부처를 이루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수많은 일화가 있는데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여러분의 귀에도 익숙하겠지만 중국선종을 대표하는 인물 중에 마조선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이분의 제자 중에 오예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는 마조선사에게서 출가하여 오랜 동안 머물러 있었는데도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아직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따졌습니다. 그러자 마조선사는 출가는 내가 허락 했다만 도를 이루게 하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남악의 석두라는 선사를 찾아가라고 하였습니다.

오예스님이 석두선사를 찾아가자 석두 선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오예는 강서에서 왔습니다 하고 시큰둥하게 답하였습니다. 다시 석두선사는 공부는 어디서 했는가하고 물었습니다. 순간 오예스님은 석두선사가 별것 없다고 여기고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오예스님이 법당 문을 막 나서려는데 석두 선사가 여보게 하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때 오예스님의 한쪽 발은 법당 문 안에 다른 한쪽 발은 법당 문 박에 있던 상태였습니다. 오예스님이 몸을 돌려 석두 선사를 바라보자 곧바로 석두 선사는 손바닥을 세워 보이며 말 하였습니다. ‘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요놈뿐이다. 그러니 머리를 돌려 나를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여기서 오예스님은 크게 깨닫고는 수년을 석두 스님을 시봉 하였습니다.

자 여기서 살펴 볼 것은 오예스님이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그가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석두 스님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석두선사가 오예스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화두를 들라느니 염불을 하라느니 하는 말도 없고 삼매가 어쩌느니 위빠싸나가 어쩌느니 하는 말도 없고 점수니 돈오니 하는 말도 없습니다. 그냥 당시 기연에 따른 절묘한 한 마디 말이 오예스님의 마음을 곧바로 가로 질러 깨달음을 이루게 하였습니다. 참으로 방편 쓸 필요도 없고 애써 닦을 필요도 없이 깨달음을 이룰 수 있었으니 지금의 우리들로써는 부럽기 한이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에 비추어 본다면 깨달음이 세수하다 코만지는 일보다 쉬운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도 충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로부터 입니다. 과연 이와 같은 방법이 그 뒤로도 계속해서 선가에 적용되어 깨달음의 꽃을 피울 수 있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기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자 직지인심의 방법도 시들해지기 시작하였고 깨달음의 효과도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국 선종의 역사를 보면 이 흐름에서 간화선 나옵니다. 간화선이 나왔다는 것은 이미 수행법이 나온 것이 되므로 엄밀하게 말해 순수한 의미에서의 직지 인심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직지인심은 수행법이 나오기 이전의 방법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간화선을 주장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세수하다 코만지는 것 보다 쉽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 됩니다. 왜냐하면 간화선 역시 몽중일여 와 같은 고차원의 집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이 쉽다는 말에 주의 해야 합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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