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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 행복예감

기자명 법보신문

내일 행복 믿어야  행복한 사람

한 노(老) 선사(禪師)가 있었다. 어느 가을 밤, 만추의 서정을 가득 담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선사는 밤늦도록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도적이 칼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희미한 등잔불 아래 간경삼매에 빠져 있던 선사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선사가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물건을 가지러 왔는가, 아니면 목숨을 가지러 왔는가?”

도적이 말했다.

“나는 돈을 가지러 왔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다.

“훔치러 왔느냐, 얻으러 왔느냐?”

이 말에 도적이 대답을 못하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바라보던 老 선사는 경상 아래 놓여있던 상자를 열어 동전이 든 주머니를 꺼내어 도적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을 모두 가져가거라.”

그리고는 머리를 숙여 계속해서 책을 보는 것이었다. 도적이 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도적이 돈주머니를 쥐고 급히 도망을 가려는 찰나, 스님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라.”

도망가려던 도적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선사께서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마치 타이르듯 말씀하셨다.

“문은 닫고 가거라.”

후에 도적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가 오랫동안 도적질을 하면서 숱한 위험을 겪었지만, 그때처럼 겁이 났던 적은 없었다.”

도적은 왜 겁을 먹고 놀랐을까. 선사가 그를 위협하거나 쫓기 위해 대중을 부르지도 않았고, 도적이 원하는 돈을 주고 찬바람에 열린 문을 닫아 달라 했을 뿐이다. 선사의 담대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을 보통의 사람과 차별 없이 대해준 까닭일까?

초하루 법문 주제로 행복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런 마음의 여유는 인생의 깊은 심연을 관조하며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만 가능하겠지 싶었다. 그리고 삶은 그런 이에게 행복을 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을 불행에 빠뜨릴 수는 없다. 아무리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일지라도 남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부정적인 마음의 에너지는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한다.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내일 행복할거라고 믿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내일은 더 행복할 거라 믿으며 지금에 충실할 수 있으면 행복해진다.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의 행복을 남과 나누면 그 즐거움을 더 커진다.

이것이 행복 예감!
세상이 놀랄 것이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dharm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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