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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안일 비구리명(非求安逸 非求利名)

기자명 법보신문

종단 일 위해 나섰던 스님들
따지고 보면 모두 고마운 분들
종단의 중책 맡은 스님들은
악순환 구조 선순환으로 바꿔야

최근 조계종에서 치러진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세간에 회자된 것과 같이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선거였습니다. 승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장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정한 종헌종법을 가벼이 여기는 조짐이 나타났고, 그런 조짐들이 돈과 힘이라는 지극히 세속적 이해관계로 현실화하는 광경들을 보면서 자칫 승가가 붕괴될 수도 있겠다는 염려를 갖지 않을 수 없었지요.

다 알다시피 조계종의 질서를 지탱해주는 구속의 틀은 오직 종헌종법입니다. 종단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정한 종헌종법과, 이를 종단의 구성원으로서 지키겠다는 양심에 기초한 자기절제가 유일한 종단의 버팀목인 셈이지요. 굳이 양심이라는 용어를 꺼낸 연유는 종단은 국가와 달리 경찰력이나 군사력, 또는 질서를 어긴 이를 격리시키는 감옥소와 같은 제어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식에 기초한 양심 이외에 종단을 지킬 어떤 구속력도 없는 것이지요.

다행히 종법질서를 유린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은 선관위의 종회의원 재선거 결정으로 일단 잠복했지만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를 일입니다. 종단의 운영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스님들께서는 종헌종법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종단을 파국으로 몰아갈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그리고 그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일이 불조에 얼마나 큰 죄를 짓는 일인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되었거나 낙선이 된 스님들 공히 조계종단에서 매우 소중한 분들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출사표를 던졌던 한 분 한 분 스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존경을 받을 만한 활동력과 수행력을 갖춘 분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불교와 종단의 발전을 위해 내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낸 것 자체가 사실 애종(愛宗)하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애종심이 넘치다 보니 다소 시끄러운 마찰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낸 스님들에게 되레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애종심을 갖춘 스님들이 모여서 내는 소리가 언제나 화음이 아닌 마찰음이라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언제부턴가 중앙종회를 중심으로 한 중앙종무기관의 구조가 마찰음을 내도록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스님이라도 일단 중앙종회나 중앙종무기간 등에 진출하게 되면 이 잘못된 틀에 휩쓸려버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악순환의 틀을 선순환의 구조로 바꾸는 일이 시급합니다. 종단정치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것도 모자라, 여당, 야당이란 말이 난무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를 새로이 종회에 진출한 스님들께서는 특히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종단의 일에 나선 까닭이 적어도 따뜻하고 배부른 것을 구하기 위해서 명예와 재물을 구하는 것(非求安逸也 非求溫飽也 非求利名也)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칼럼을 통해 독자님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독립언론으로 새롭게 출범한 법보신문의 경영을 책임 맡다보니 그리되었습니다. 독립 1주년을 넘기고, 또 신문사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니 본분사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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