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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따뜻한 겨울을

기자명 법보신문

최 명 숙
시인

벌써 12월이다. 1년 열두 달 중 열한 달을 곶감꽂이에서 곶감을 빼먹듯이 지나간 세월이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으로 사무실벽에 을씨년스럽게 걸려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날씨는 점점 추워오는데 우리 이웃들의 살림살이는 펴질 줄을 모른다. 통계상으로 가계 빚이 가구당 4천만 원에 달하고 생활고에 일가족이 자살한 , 공공요금 인상 등 우울한 소식들만 가득 차 일부 부유계층을 제외하면 모두가 마음도, 주머니 사정도 썰렁한 연말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은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자, 소년소녀가장, 실업자,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 사람들의 겨울나기 걱정이 연말에 얼마나 클 것인지, 그 마음이 얼마나 스산하고 썰렁할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내서 복지단체들을 돕는 후원자들의 손길들도 어려워진 경제사정 탓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추세니 추운 마음은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날이 푸근하고 눈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처럼 훈훈한 소식들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영주지부 사랑과 자비 연탄은행에서 하고 있는 떡 나눔 행사와 연탄무료배달 소식, 대학을 갓 졸업하고 특수학교에서 임시교사로 장애인들을 가르친 것을 계기로 온가족이 10년 넘도록 복지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 지난 가을에 자신의 후원을 받은 장애인에게 직접 만든 감사액자를 받고 감동하여 300여만 원이 넘는 전동휠체어를 선뜻 지원하는 남대문 중학교 김상엽 교사, 취재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곳을 꾸준히 돕고 있는 이명구 KBS 대구총국장 등 이렇게 형편이 닿는 대로 마음을 내서 이웃을 위해 후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무명으로 거액의 기부를 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감동을 주고 스스로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한 재일교포의 고국사랑소식도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그 주인공은 일본에서 10년째 일본장애인을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다가 12월 중순에 한국에서 장애인과 가족 이백 명을 초대해 ‘2006 LOVE FESTIVAL 사랑과 음악이 있는 크리스마스파티’를 여는 재일교포 세리사(稅理士) 이부철 씨다.

이 씨가 일본의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외국국적인 탓에 컴퓨터 임대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고, 한국 본명 명찰을 본 신규고객들로부터 계약을 거절당하는 등 쓰라린 체험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며 재일한국인도 일본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렇게 1996년부터 10년 넘게 열어온 이 연말행사에 1998년부터 2002년, 5년간 한국의 뇌성마비인과 가족 60여명을 초대했던 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국의 장애인들을 위한 일본초청을 중단하게 된 것이 밀린 숙제처럼 마음을 눌러, 올해는 아예 한국에 직접 와서 고국의 장애인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진심어린 나눔, 그리고 꿈과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 씨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요즈음 각박한 현실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나눔의 문화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의 미덕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남보다 너나 할 것 없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더 바람이 있다면 나눔의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선진국처럼 부유층이나 사회 지도층에서 한발 더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명심하고 실천한다면 따뜻한 나눔의 정이 우리 사회에 훈훈하게 퍼질 것이며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이 비록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추운 겨울을 잘 이겨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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