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恕와 한마음

기자명 법보신문

恕는 상대방 입장에 서서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것
恕로서 노-사 한마음 되어
현대불교 창간정신 되살리길

‘그 마음을 같게 한다(心+如’)는 의미를 가진 서(恕)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자입니다. 보통 용서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는 한자인데, 그 의미가 매우 심장합니다. 용서란 사실 용서하는 사람과 용서 받는 사람의 마음이 같아질 때 가능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같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용서는 진정한 용서일 수 없지요. 상대의 입장이 되어 그 처지를 십분 마음으로 이해했을 때, 용서는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상대방과 같게 한다는 것, 이것은 쉬운 일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세상에 내 마음 같은 이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내 마음과 같은 이를 찾기보다는 내가 상대의 마음과 같아지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이 같아진 이가 많아진다면 그것은 곧 스스로가 보살의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 역시 부처님이나 세계의 성현들이 권했던 삶의 지남(指南) 중의 하나입니다.

마음을 같게 하는 것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도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거니와,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는 더더욱 힘겨운 일입니다. 만일 집단과 집단에서 서로 마음이 같아질 수 있다면 그 집합이 발현해내는 힘은 엄청날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사이에 서(恕)가 충만해질 수 있다면 그런 집단이나 국가는 무한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마가다국이 바이살리의 한 소국을 공격하려 하자 그 나라 사람들은 화합하고 함께 모여 의논하며 토론하고 살아가는 부족이라 쉽게 패망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바 있지 않습니까. 상대와 같아지려는 마음은 곧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입장이나 주의 주장을 드러내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는 또 자비심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계에는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주요 불교언론 가운데 하나였던 「현대불교」의 폐간 결정 소식이지요.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발행됐던 언론의 급작스런 폐간 결정에, 꼭 1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당사자로서 남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현대불교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과 좌절감이 얼마나 클까라는 안타까운 심경입니다. 창간할 때는 화려한 ‘포교논리’를 내세웠다가 폐간할 때는 궁색한 ‘경영논리’를 앞세우는 일이 언제나 이 집안에서 자취를 감출 것인가 착잡한 마음입니다.

언론사는 오직 수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일반기업과는 다른 곳입니다. 수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고, 그런 이유로 보호되고 육성될 명분을 갖는 것입니다. 언론이 먹고사는 돈벌이에 급급할 때 정론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언론의 공익성 때문에 정부에서도 언론발전기금을 조성하여 언론사를 돕는 게 아니겠습니까.

「현대불교」를 창간해 지금까지 운영해온 한마음선원에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창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돌연사 시켜서는 안 된다는, 간절하게 신문사의 회생을 바라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과 같아지려는 마음을 가져주기를 말이지요. 서두에 언급한 서(恕)의 의미도 따지고 보면 ‘한마음’의 다른 표현 아니겠습니까. 부디 ‘가르침 속에 한마음 될 때까지’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던 창간정신을 외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불교의 현대화 생활화’라는 창간 초발심으로 돌아가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대표이사〉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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