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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美 버클리대 로바트 샤프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화석화된 중국불교론 비판…선사들의 禪체험 연구

“‘의식’은 종교핵심
   중국불교 의식화는
   단순한 고정관념”

“종교체험 경험자만
  禪 말할 수 있다면
  학문적 연구 불가능”

미국 버클리 대학의 로바트 샤프 교수는 서구학계에서 중국불교 연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 불교의 역사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또 무엇을 토대로 연구해야만 하는가라는 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펼쳐 나갔다.

이는 일본의 선(禪)불교사를 재구축한 야나기다 세이잔(柳田聖山) 선생의 문헌 실증주의를 토대로 1953년 「Philosophy East and West(동서철학)」라는 학술지에 기재된 중국의 석학 호적(胡適) 선생과 일본의 스즈끼 다이세츠(鈴木大拙) 선생의 선불교 연구방법 논쟁에 재접근한다는 목적을 전제하고 있다.

샤프 교수의 연구에 자극을 불어 넣은 또 하나의 논쟁으로 유럽의 중국 불교역사 전문가 에릭 져커(Erik Zurcher)와 미국 프린스톤 대학의 케네쓰 첸 교수(Kenneth Ch’en)가 나눈 논쟁을 또 들 수 있다. 져커의 ‘불교의 중국 정복’(The Buddhist Conque st of China)이라는 논제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첸 교수는 『중국 불교 (Buddhism in China)』 및 『불교의 중국적 변용(The Chinese Transformation of Buddhism)』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위에 언급한 여러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샤프는 구마라집 스님의 유명한 제자 승조(僧肇)에게 기탁된 『보장론(寶藏論)』이라는 논서를 중심으로 연구를 펼쳐나갔다. 이 논서는 선승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선불교 연구의 필수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장론은 불교의 난해한 여러 점을 중국 중세시대에 유행한 현학(玄學)의 독특한 언어로 표현했다는 특징이 있어 샤프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91년에 미시간 대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보장론』의 번역 및 분석」을 제출했다. 이는 2002년도에 『중국불교와 합의를 본다(Coming to Terms with Chinese Buddhism)』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이 책의 서론에 위의 여러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쓰고 비평을 더했다. 이 책의 서론은 영어 문화권 내의 중국 불교학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미 필독 논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서론의 첫 과제는 ‘인도 불교’ 또 ‘중국 문화’라는 화석화된 사상을 전제한 기존의 연구를 비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왜 구마라집 스님 이전에 성립된 중세의 격의 불교(格義佛敎)를 인도 불교의 오해 아니면 곡해라고 생각해왔는가’(기독교가 유대교를 오해 아니면 곡해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또 경전이나 논서에서만 볼 수 있는 깨달음의 순수 체험을 중심으로 한 불교, 다시 말하자면 ‘인도 불교’를 중국에서 의식화 및 종교화 했다는 생각을 비판한다. 이 생각은 특히 의식과 체계화된 종교를 멸시하는 경향이 높은 신교도 문화권 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샤프의 여러 논문 안에서 특히 각광을 많이 받은 논문으로 종교체험 수사법(修辭法)(rhetoric of religious experience)에 대한 논문 및 일본 국수주의와 선(禪)(Zen and Japanese Nationalism)에 대한 논문을 들 수 있다. 전자는 우리가 흔히 쓴 체험 또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왜 종교 특히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는가를 분석한다. 샤프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한다. 우선, 역사적-계보학적으로 보자면 선불교와 종교체험이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은 스즈끼 다이세츠가 미국의 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책 『다양한 종교체험(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을 읽고 제임스의 ‘순수 체험(pure experience)’이라는 생각을 빌려 선(禪)의 체험을 구사한 것으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전의 『청정도론(淸淨道論)』이나 『좌선의(坐禪儀)』, 『마하지관(摩訶止觀)』과 같은 논서를 보면 체험이라는 말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험보다는 좌선의 바른 방법을 기존의 불교학문(예를 들어 아비다르마)에 의지하여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을 샤프는 상기시킨다. 또 정신사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체험이라는 말이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종교학이 본격적으로 학계에서 대두한 20세기 전반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종교학이 역사학·사회학·인류학·심리학과는 다른 주제를 다뤄야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종교 특유의 주제를 종교체험에서 찾았다”고 샤프는 설명한다.

이 위에 신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이 제국주의의 자산으로 문화 및 종교의 다원적 공존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늘면서 종교체험은 문화 및 언어의 차이를 초월한 모든 종교의 밑바탕에 깔린 성스러운 체험이라는 생각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겨난 종교체험의 정의가 사고 및 언어를 벗어난 순수체험이라는 생각에 국한되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즈끼처럼 선(禪)이라는 순수체험이 역사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체험을 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 이 수사법(修辭法)을 벗어나 선(禪)과 종교를 공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불우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샤프는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물론 이는 종교체험의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체험에 관한 하나의 수사법이 단지 수사법이라는 점에 주목할 뿐이라고 샤프는 주장한다.

후자의 일본 국수주의와 선(禪)에 관한 논문은 스즈끼와 같은 학자들이 이 수사법을 구체적으로 어떤 컨텍스트에서 구상하고 쓴 것인가를 분석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즈끼와 스즈끼에게서 제임스의 순수경험이라는 사상을 배운 니시다 키타로(西田幾多郞)와 같은 일본의 국수주의학자들은 선(禪) 체험이 일본인들 고유의 정신적-신령적 특징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한일-중일 전쟁의 성과가 이 경험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메이지 시대에 탄압을 받은 일본 불교의 여러 지도자들이 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울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선불교에 크게 기여한 논문으로 샤프 교수가 그리피스 포크(T. Griffith Foulk) 교수와 함께 쓴 선승들의 정상(頂相)에 관한 글이 있다. 이 글을 통해 선사(禪師)의 화상(畵像)의 바른 컨텍스트가 사법(嗣法)의 상징물로서의 정상(頂相)이 아니라 가람법(伽藍法)의 계승의식으로서의 정상(頂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가람법(伽藍法)이라는 것은 사법(嗣法)의 법맥과는 관련 없이 새로 입사하는 주지가 개산조(開山祖)의 법맥을 이어받는 제도를 일컫는다. 주지가 조사당(祖師堂)에 걸린 역대 주지의 정상(頂相)에 예를 갖추는 의식이 선사(禪師)들의 화상(畵像)의 바른 컨텍스트라고 샤프는 주장한다.

중국불교 물질문명학 및 의식학에 크게 기여한 논문으로는 샤프의 육신상(肉身像)에 관한 논문을 들 수 있다. 이는 문헌학과 불교철학에 지나치게 치우친 중국불교 연구가 선사들이 실제로 부처가 되는 의식과정을 무시하려는 경향을 타파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 의식과정의 연구로 샤프는 선사(禪師)들의 상당(上堂)의식을 분석하기도 했다.

샤프 교수는 현재 ‘공안(公案)의 역사’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의 근본 취지는 공안이 사고를 넘어선 수수께끼가 아니라 특이한 경전석의학(經典釋義學, 문법적·언어학적인 검토와 문학적·역사적인 탐구 및 경전의 교의학적 관점 등에 의하여 경전의 의의를 해석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샤프는 1998년 백양사에서 주최한 고불총림 무차선회 한국선 국제학술대회에서 ‘무정중생의 불성에 대하여’라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논문에서 샤프는 “조주스님의 무자 공안이 중세 중국불교에 크게 영향을 끼친 무정중생의 불성에 관한 논쟁을 계승한 경전석의(經典釋義)의 하나의 예”라고 주장한다.
 
안준영(토론토대 종교학과-동양학과 교수)

 

로바트 샤프 교수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토론토대 종교학과에서 중국학을 동시에 전공했다.

1981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간대 에서 불교학의 대가 루이즈 고메즈(Luis G  mez) 밑에서 논문을 준비했다.

이후 1989년 캐나다의 멕메스터대에 교수로 임용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후 모교 미시간대에서 재직하다가 버클리대에서 불교학과를 재편성할 때 스카웃되어 현재 버클리대 불교학과 학장 및 불교학센타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대표적 저서로는

Sharf, Robert H. “The Idolization of Enlightenment: On the Mummification of Ch’an Masters in Medieval China.” History of Religions 32, no. 1 (1992): 1-31.
Sharf, Robert H. “The Zen of Japanese Nationalism.” In Curators of the Buddha: The Study of Buddhism under Colonialism, edited by DonaldS. Lopez Jr., 107-60.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5.
Sharf, Robert H. “Buddhist Modernism and the Rhetoric of Meditative Experience.” Numen 42, no. 3 (1995): 228-83.
Sharf, Robert H. “Experience.” In Critical Terms for Religious Studies, edited by Mark C. Taylor, 94-116.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Sharf, Robert H. “On the Allure of Buddhist Relics.” Representations 66 (Spring 1999): 75-99.
Sharf, Robert H., and Elizabeth Horton Sharf. Living Images: Japanese Buddhist Icons in Context.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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