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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을 맞는 기도

기자명 법보신문

최 명 숙
시인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 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어디서든 고요를 간직하게 하며

당신의 따뜻한 눈빛과 손이
가슴이 시린 사람들에게 항상 머물게 하소서.

당신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들을
나 또한 감사히 여기게 하시고

사람들보다 더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내 자신과 맞설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시고

나로 하여금 부지런히 정진하여
신중한 생각과 깨끗한 행동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리하여 삼백 예순 날 하얀 눈길을 걸어
비움의 바다에 닿게 하여
저 노을이 어둠의 바다 속으로 다시 지듯이
올 한해가 저물어갈 때에
이 목숨을 다하여 부끄러움 없이 살았음에
당신 앞에서 감사하게 하소서

2007년 정해년이 밝았다. 돼지는 복과 부를 상징한다. 특히 올해는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 돼지띠의 해라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1년을 살 계획을 세우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

사회양극화, 민생경제의 불안정, 자연재해 그리고 불의와 다툼이 난무하던 지난 한 해 동안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을 너무 많이 참아냈기에 큰 희망을 부추기려 하고,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고자하는 바람이 더 큰 지도 모르겠다.

금년 한 해는 저마다 큰 꿈과 바람을 가지면서 자신을 낮추고 서로를 빛내주는 위치에 서서, 각자 주인이 된 마음으로 자신의 본문을 지키며 자비의 실천으로 행복과 화합의 꽃이 피는 한 해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한다.

음악회에 가보면 오케스트라 무대 맨 뒷자리에는 첼로를 닮은 듯한 콘트라베이스가 앉아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관객들의 큰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고음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어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지만 오케스트라에 없어서는 안 될 저음의 악기이다.

어둠이 있어야만 빛나는 것들이 있듯이 음악에 있어서 저음이 있어야만 고음 또한 아름다운 소리를 잘 들리게 할 수 있으니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될 것이다.

무대의 맨 뒤에서 관객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보잘 것 없는 악기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없어서는 안 될 콘트라베이스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더 많다.
그런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고 주어진 본분이 무엇이든 무대 맨 뒷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참된 삶으로 모두가 한 해를 살아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야 하는 2007년도 선장만 있는 배는 바다를 건널 수 없는 것처럼 저마다 자신의 이기심과 편의만 내세운다면 예년과 같은 어려움과 반목은 계속 되어질 것이다.
한 배를 타고 노 젓는 선원처럼, 누가 박수쳐주지 않아도 오케스트라에서 제 소리를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우리 모두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날이 가고 달이 가서 해가 바뀌려 할 때 서로에게 기립박수를 쳐 줄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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