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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원력-정진으로 만들어진다

기자명 법보신문

조계종 교육원장 청 화 스님

『지장경』을 살펴보면 지장보살님의 위대한 원력에 감격한 나머지 문수보살님이 부처님께 여쭈어봅니다. 지장보살님은 어떤 행을 닦으셨으며 어떤 원력을 가지신 분입니까.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비유하자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수풀·벼·삼·대·산의 돌과 티끌의 낱낱을 세어서 그 수만큼의 항하가 있다 하고, 이 항하의 모든 모래 수만큼의 세계가 있어서, 그토록 많은 세계안의 티끌 수대로 겁을 삼아 이 모든 겁에 쌓인 티끌수를 모두 또 겁으로 치더라도, 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하여 지나온 것은 위에 든 비유보다 천배나 더 길거늘,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지에 있을 때까지이랴.…’

지장의 십지는 최고의 수행과위

『화엄경』에 보면 십지과위는 성불의 문턱에 이르는 최고의 수행과위입니다. 『화엄경』을 보면 보살의 자비심과 지혜가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갖고 있는가가 보입니다. 열 가지의 깊은 믿음과, 열 가지의 마음과, 열 가지의 행과, 열 가지 깊은 회향과, 열 가지 깊은 수행이 이룬 결과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살의 자비심의 세상에서 끌어안지 못할 것이 없고 보살의 지혜는 세상에서 알지 못할 것이 없을 만큼 밝고 또 밝은 것입니다. 이러한 보살의 능력의 토대가 된 것 중에서 마지막 완성의 과위가 십지인 것입니다. 십지과위는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위에 건립된 수행과위인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십지일까요. 십지과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환희지입니다. 곧 기쁨이 충만한 땅이라는 뜻입니다. 보살이 한번 이 지혜의 경지에 오르면 성인의 경지에 올라 다시는 물러나지 않고 자리이타의 행을 이뤄 마음에는 언제나 기쁨이 넘치므로 이름 해서 환희지라 부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구지입니다. 기쁨은 방임 방종 방탕으로 흘러갈 위험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쁨은 항상 타락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쁨은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 관리에는 계율이라는 장치가 도입되므로 보장될 수 있습니다. 그에 의해서 몸과 마음의 청정성이 지켜지고 자연히 인격적인 허물이나 더러움이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무런 때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발광지입니다. 바다를 보면 수심이 낮은 곳도 있고 깊은 곳도 있지만 바다는 이것을 다 합쳐 바다라고 합니다. 지혜도 그와 같습니다. 낮은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가 모두 지혜인 것입니다. 지혜는 심오한 곳에까지 이르러 스스로 빛을 발하는 위력도 갖게 되었습니다.

십지의 네 번째는 염혜지입니다. 발광지가 빛만 갖고 있다면 염혜지는 뜨거운 열기도 갖고 있습니다. 염혜지는 마치 타다 남은 나무토막 같은 번뇌들을 말끔히 태워 없앤다고 합니다. 그에 의해 미세한 번뇌들을 말끔히 청산해 마침내 지혜의 본체까지를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는 난승지라고 합니다. 지혜는 난승지에 와서 끝을 봅니다. 이제 지혜는 더 나아갈 곳도 없고 올라갈 곳도 없이 꽉 차버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향상의 지혜가 아니라 조화의 지혜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인 것들을 실상 그대로 보는 안목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화의 지혜입니다.

여섯 번째는 현전지입니다. 진지와 속지에 의해 지혜는 편견, 속단, 고정관념 등의 불완전한 결점이 제거되었습니다. 그래서 지혜에 대한 인식이 한결 새로워지고 보다 확실하게 실감되는 것입니다. 지혜의 본질까지를 확연하게 깨닫게 되면 지혜는 손에 잡힐 듯 인식되는 되는 것입니다. 지혜가 마치 눈앞에 있는 사물처럼 구체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현전지의 경지입니다.

일곱 번째는 원행지입니다. 지혜가 마음에 가득 차게 되면 넘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자비입니다. 다시 말해 지혜의 변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지혜가 원숙해지면 스스로 그 작용에 의해 지혜의 건조하고 냉정함이 촉촉하고 따뜻함으로 변해 중생의 고통을 흡입하는 자비가 되는 것입니다. 이 무한의 자비가 원행지입니다.

계율은 기쁨을 관리하는 장치

십지의 여덟 번째는 부동지, 무엇이든 다 확고해 졌다는 것입니다. 번뇌에 사로잡힐 원인에 대한 정화가 확고해졌고 생멸 너머의 진여를 보는 지혜가 확고해졌고 그 확고함을 바탕으로 중생을 구제할 자비와 자제력과 방편력이 확고해졌다는 것입니다.

십지의 아홉 번째는 선혜지라고 합니다. 부동지에서 확고해진 능력과 지혜를 선혜지에 와서는 아낌없이 쓰는 것입니다. 주로 쓰이는 곳은 설법과 구제행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법운지라 합니다. 보살의 원천이 되는 지혜, 자비, 능력 이 세 가지가 마치 천지의 조화에 의해 일어나는 구름처럼 부처님의 정법과 보살의 원력에 의한 구름이 일어나서 중생계를 덮게 됩니다. 중생이 바라고 원하는 것, 중생에게 이익 되는 것을 비처럼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보살은 이 십지과위를 성취함으로서 부처님이 부촉하신 바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조건과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보살은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홀연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태어난 것도 아니고 돌연변이로 나타난 인물도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보살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입니다. 견고한 원력과 불퇴전의 정진에 의해 무수히 정진하고 노력하고 보시와 공덕을 쌓아서 보살이라는 거룩한 인격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지장보살님은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한 수행을 해서 오늘날의 지장보살님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경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문수사리여! 이보살의 위신력과 서원은 불가사의 하노니, 만약 미래세에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보살의 명호를 듣고 혹은 찬탄하고 혹은 우러러 절하고, 혹은 명호를 부르고 , 혹은 공양을 올리고, 그 형상을 그리거나 조성하여 모시면 이 사람은 마땅히 삼십삼천에 백번이나 태어나고 영원히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부처님은 여기서 지장보살님의 위신력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불보살님의 위신력은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수행과 공덕에 의해 그 과보로써 인격적 능력으로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위신력은 권력도 할 수 없는 일을 능히 할 수 있습니다. 또 불보살님들이 성취한 위신력은 한번 성취한 이상 영원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보살님들에게는 오직 중생들을 다 구제하시겠다는 원력뿐입니다. 이 원력이 있는 한 위신력도 소멸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문수보살에게 지장보살님의 위신력과 서원을 언급하시며 이 위신력이 우리들의 어떤 찬탄, 어떤 신행 행위에 의해 우리에게 가피로 주어지는가를 제시하고 계십니다.

그 첫째는 지장보살님의 명호를 듣고 찬탄할 때 가피가 있다고 했습니다. 찬탄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장보살님의 이름만 들어도 상호가 눈앞에 떠오르고, 지장보살님의 체취가 느껴지도록 지장보살님의 모든 것이 일시에 감각기관에서 살아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참된 찬탄이 되고 가피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혹은 우러러 절할 때 가피가 있다’고 했습니다. 절은 수행입니다. 몸을 조복하고 몸의 업을 참회시키는 것이 절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일상적인 마음을 뚫고 진심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이 진심과 지장보살님의 해후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기서 신앙적인 교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원력이 있다면 가피도 있다

셋째는 명호를 부를 때 가피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장보살님의 명호를 부를 때는 자신을 다 쏟아 내는 듯한 소리로 명호를 불러야합니다. 마치 엎어진 병에서 물이 쏟아지듯 명호를 부를 때는 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듯 불러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가피가 주어집니다.

넷째는 공양을 올릴 때 가피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장보살님께 공양을 올릴 때는 반드시 발원을 하고 공양해야 합니다. 그 발원은 지장보살님의 지대한 원력에 동화돼서 그 공양의 원력은 지장보살님이 제도하는 모든 중생들에게 회향되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지장보살님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성해서 모실 때 가피가 있다했습니다. 지장보살님의 모습을 그리거나 조성해 모시면 그 과보로 천상에 백번을 태어나고 지옥 같은 악도에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장보살님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성하여 모시는 것은 지장보살님을 나투게 하는 일이므로 그 공덕 또한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진정 지장신앙이며 지장기도며 불심의 발현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장보살님을 만나고 가피를 입고 공덕도 짓고 마음도 정화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입기위해서는 지장보살님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 설명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지장보살님 앞에 어떤 서원을 갖고 그 서원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다섯 가지를 실천해서 여러분 모두가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입는 성취의 신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법문을 바칩니다. 성불하십시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청화 스님은

1964년 화계사에서 혜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2년 해인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6년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 공동의장,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실천불교승가회 의장, 1994년 조계종 초심호계위원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11대 차석 부의장, 12대 수석부의장, 13대 종회의원을 거쳐 현재 조계종 교육원장, 실천불교승가회 명예의장, 6·10항쟁 계승사업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님은 197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에 시조가 당선된 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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