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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사람이 본래 부처

기자명 법보신문

갈등의 원인은 자신
부처님의 지혜 증득하면
사람이 곧 ‘행복의 터전’

처마 끝 풍경이 첫 새벽으로 깨어 어둠을 토해내더니 빗살무늬처럼 펼쳐진 참나무숲 사이로 여명이 밝아 온다.

저 허공은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이 없고 인연을 따라서 어둠과 밝음을 맞이할 뿐 아무런 변함이 없다. 사람들이 해맞이를 떠나는 것은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일 것이다.

올해는 600백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해라고 벌써부터 들떠 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복덩이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돼지는 신통력이 있어서 『삼국사기』에 보면 예언자 구실을 하기도 했는데 나라의 큰일을 앞두고 누구를 점지해서 행운을 가져다줄지 모두의 관심거리다.

해맞이를 나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며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일자리가 늘어나서 계층 간의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갈등의 원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밖에 있는 것 같아도 근본적으로 자기한테 있다.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 속에서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은 남을 탓하지 않고 우선 먼저 자기를 되돌아보고 처절하게 구조조정을 한 사람들이다.

경에서는 삼계란 오직 마음뿐(三界有心)이라고 했다. 마음이 어지럽게 일어나면 경계가 요란하고 일체 경계가 망령된 마음에서 비롯됨을 깨달으면 눈앞에 펼쳐진 시방세계가 그대로 성품의 지혜라고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여 바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이 곧 희망이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뭔가 특별한데서 찾는다.

『화엄경』에서는 사람이 행복의 터전이다. 평화와 행복이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人是福田 能生一切善法故).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정의한 사람은 부처님뿐이다.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보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지혜덕상이 자기와 조금도 모자람이 없이 원만하다는 것을 알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열어 보여 주시고 깨달음에 들어가게 하였다. 사람이 본래 부처임을 수기하여 주신 것으로 참으로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삶이 때로는 절망적이고 때로는 기쁨인 것은 사람 때문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본래 완전한 부처님을 보는 지혜를 기른다면 그 사람이 때로는 나를 헐뜯고 죽이려고 해도 한 생각을 돌이켜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용서하고 불쌍하게 볼 수 있는 자비심이 생길 것이다. 이것만이 내가 행복하고 이웃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번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제바달다를 스승으로 모셨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참으로 눈물 나게 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새해에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 시작하자.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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