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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국립공원 35년, 불교 억압 35년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7.01.09 14:14
  • 댓글 0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성오 스님

새해가 밝았다. 무시무종한 불교의 시간관에서 특별히 기념하고 즐거워해야할 무엇은 없지만, 불교계는 이러한 새해를 기대와 함께 우려 깊은 마음으로 맞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출가 수행자의 목적이 ‘무소유’, ‘무아’를 외친다면 지금 출가자는 수행과 전법이라는 불교 본래의 목적보다는 집 지키고, 산 지키는 재산관리인으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처지는 이렇지만 국가가 지정한 전통문화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불교문화재를 지키고 수행 환경을 관리하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행자의 근본인 수행의 연장으로 옛 선사(先師)들은 사찰 주변의 산림과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셨다. 지금은 사라진 말이지만 “중이 쫓겨나면서도 산에서 나무하는 이는 말리고 간다”는 말처럼, 산림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천년 고찰과 명산은 분리될 수 없고, 산이 있어서 사찰은 돋보이고, 사찰이 있어서 그 산은 산으로서 깊이와 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다.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사찰과 산은 하나의 생명체로 숨 쉬고 또 존재해왔다.

1월 1일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사찰은 들르지 않고 산만 보겠다는 관광객들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은 “이제 국립공원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입니다”라는 문구로서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고 사찰은 국민이 주인인 국립공원의 길을 막고 문화재관람료나 받아 챙기는 몰상식하고 후진적인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강제로 사찰 땅을 편입하여 수십 년간 규제와 억압 속에 사찰 땅을 막고 돈을 받아오다가, 이제는 입장료가 철폐되면서 1000여년을 지켜온 불교계의 동의도 없이 마치 국가의 땅인 양 국민에게 선심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일방적인 매도에 의해 종단과 불교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현실이다.

197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국립공원은 사찰의 토지를 대부분 강제로 편입시켜서 불사나 종교 활동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에 따라 정해졌다. 국립공원 제정시 국립공원 입장료의 40%를 문화재 보호비 명목으로 지원하겠다는 불교계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고속도로가에 광고판 하나만 세우고, 산 중에 이동 통신사의 몇 평짜리 기지국만 세워도 1년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내는데 반해, 국립공원은 수조원에 이르는 가치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했음에도  그 동안 한 푼의 임대료도 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국민과의 괴리감이 생긴 점이다. 사찰이나 산사하면 국민 누구나 마음을 쉬고, 찾아와 의지하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국립공원 입장료를 징수하면서 유원지, 즉 관람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사찰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는 공간으로서의 기능보다는 놀다가는 유흥지의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국민과 불교계의 괴리감만 커져가고 있다.

또한 처음 문화재관람료를 신설할 때의 기준은 극장개봉관과 같은 금액에서 요금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영화요금은 7,000원 정도로 수백%가 인상되었지만 문화재관람료는 제자리걸음이다.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징수하다보니 문화재관람료 인상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복궁 등 다른 문화재는 거의 만원에 가까운 관람료를 받고 있고,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의 문화재관람료보다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1600년 문화를 지켜온 이 땅의 문화적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적합한 수준의 문화재관람료 징수조차도 불교계의 밥그릇 챙기기 정도로 매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 대책 없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받아들인 종단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이지만 조직적으로 불교를 희생양 삼아 자기의 이미지 제고에만 앞장서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립공원 내 사찰의 재산권을 존중하여 국립공원은 사찰 땅을 제외한 부지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쾌적한 관경, 국민정서함양을 위해 우리 불교가 담당해야할 몫이 너무 크고 많은 것 같다. 문화재를 보존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교계도 냉철한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숭고한 정신문화적 가치를 지닌 1000년 고찰을 전법과 교화의 도량으로 가꾸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제라고 늦지 않았다. 체계적인 교육과 수행지도를 통해 불자들의 신심을 고취시켜 그들 스스로가 사찰의 정신문화적 가치를 확연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불자들이 앞장 서 수행환경을 보전하고 사찰경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사찰 재산을 부당하게 침해당하고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체성을 복원할 수 있다.

임제 스님의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정신으로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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