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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가락에 이심전심…절로 화안애어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07.01.09 15:00
  • 댓글 0

9년 째 음성공양 조 은 자 보살

명절 때도 복지관서 봉사…2번 결석
수첩엔 인취사 혜민 스님 법문 ‘빼곡’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어김없이 인덕노인복지회관 3층 법당엔 ‘목포의 눈물’ 노랫말이 중증 치매 노인들의 어깨에 손장단을 타고 흐른다. 그 흥겨움이 어느새 노래교실 선생님 조은자(45·혜명성·사진) 보살의 얼굴까지 번진다.

조은자 보살이 사회복지법인 인덕원(대표이사 성운) 산하 인덕노인복지회관(관장 도광)의 치매 노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당시 독실한 불자인 시고모의 추천으로 복지회관을 찾았다. 시고모가 민요학원에서 소리 배운 것을 썩히지 말라고 한 것. 처음엔 음성공양만 하던 것이 이제는 오후 5시 공양시간이 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밥이며 국을 떠주며 공양수발까지 든다.

“한 분 한 분이 다 어머니, 아버지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 미래의 제 모습이고요. 손발이 불편하시고 발음이 어려우신데도 좋아하시는 노래만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하시는 모습에서 환희심을 느낍니다. 제게 이런 깨달음을 주신 어르신들이 부처님이세요”

조 보살은 중증 치매로 손발이 불편하고 발음이 안 되는 노인들이 노래를 통해 분명하진 않지만 노랫말을 발음하고 손뼉을 치는 모습을 보면 얼굴에 웃음주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첫 만남 때는 상대방을 꺼려하는 노인들의 성격에 마음고생도 심했건만. 큰 길에서 복지관까지 먼 거리를 명상하며 걸으면서 마음자리를 편안케 했던 것이 수차례. 이제는 거울을 보면 자신이 더 놀란다.

“언젠가부터 주위 분들과 남편, 아들이 얼굴이 너무 좋아졌다고 하셔서 문득 거울을 봤어요. 가만히 바라보는데 얼굴에 웃음이 서려 있더군요. 저를 꺼려하시던 분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말을 붙이다 보니 절로 고운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고 그게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더군요.”

9년 째 중증 치매 노인들을 위해 음성공양을 해온 조 보살은 여태껏 결석이라곤 해본 적이 없다. 목요일만 되면 시침이 ‘3’에 오기를 기다리는 은발의 펜들이 그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조 보살도 역시 목요일만 되면 그들이 눈에 밟혀 목이 아파도 발길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석이라곤 딱 2번. 2번 모두 목이 쉬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때 빼곤 명절에도 제사상을 보고 부리나케 복지관을 찾는다.

조 보살의 꾸준한 음성공양엔 또 다른 비결이 있다. 평소 존경하는 온양의 조그만 절인 인취사 혜민 스님을 가끔 찾아 법문을 듣는 것이다. 수첩에 빼곡이 적힌 스님의 감로법문이 그를 지탱한 것.

1990년 불광사 광덕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고 보살행을 서원한 조은자 보살. ‘모든 것은 발자국이니 기억하지 말고 찾으려 하지 말라’는 말로 자신의 상을 경계하며 음성공양을 하는 그의 마음자리는 나눔의 현장에 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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