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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30

기자명 법보신문

인가는 선가의 전통…본질 흐리면 안돼
인가를 상품처럼 광고하는 사람은 가짜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얻었다면 반드시 눈 밝은 스승을 찾아가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법사님은 인가를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부처님 당시에는 인가라는 것을 별로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인가를 하지 않아도 부처님 가르침에 맞추어 보면 자신의 수행 상태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알게 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인가는 선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입니다. 특히 간화선 수행에 있어 인가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두를 타파하였으면 그 화두의 답을 얻었을 것인데 그 답의 옳고 그름은 오직 앞서 화두를 바르게 타파한 스승으로부터 판가름이 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각고의 수행 끝에 화두를 타파 하였어도 스승이 던지는 문제들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내리지 못하여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 경지는 완전해탈이 아닙니다. 화두를 풀었다는 수행자에게 선지식이 갖가지 질문을 던지면 수행자는 전광석화처럼 답을 일러야 합니다. 찰나라도 우물우물 하거나 털끝 같은 사이만큼의 비껴 난 답을 했다가는 여지없이 호통을 당합니다.

한 가지 전해오는 인가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한 수행자가 화두를 참구 하다가 나름대로 큰 깨침을 얻었다고 여기고는 화두를 내려준 스승에게 인가를 받으러 갔습니다. 스승에게 수행자가 스승님의 인가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스승은 대뜸 호수 가를 데려 가더니 배에 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공이 배를 저어 호수 한가운데 도착하였는데 다짜고짜 스승이 제자의 몸을 깊은 물속에 밀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헤엄을 못 치는 제자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데 스승이 질문을 합니다. ‘일러봐라 어째서 뜰 앞에 잣나무라 했느냐?, 왜 무라 했느냐?, 왜 죄가 수미산만하다 했느냐?,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느냐?, 남전의 고양이 목은 어찌 됐느냐? 등등 질문을 내는데 제자는 그만 물에 떴다 가라앉았다 스승의 질문에 대한 답은커녕 질문도 알아듣지를 못하고 물만 잔뜩 들이 켰습니다.

스승은 그러한 제자의 모습을 보고 “네가 제대로 화두를 타파 했다면 생사의 기로에서도 조금도 혼미 하지 않고 내가 내려준 질문에 막힘이 없을 것이다 온전히 수행 한 것이 아니니 다시 수행을 해라” 하였습니다. 이는 간화선에 있어 화두 타파와 이에 따른 인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엔 이러한 인가에 좀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첫 번째는 인가를 해 줄만한 스승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제 경험으로 한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선지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에는 선을 해도 지도 해 줄 선지식이나 이를 점검해줄 스승들이 많지를 않습니다. 두 번째는 인가를 받았다는 분들의 완벽성 입니다. 그 중에는 전통 선가의 가풍에 따라 인가를 받아 모자람 없는 경지를 이룬 분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누구로부터 인가를 받았다거나 누구의 법맥을 이어 받았다면서 선지식 행세를 합니다. 더러는 자신이 받았다는 인가 사실을 상품처럼 이곳저곳에 올려놓고 광고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가상 법맥상에 사로 잡혀 또 하나의 미혹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선지식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면서 그 선지식이 써 준 인가증을 들고 저한테로 와서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인가를 내준 선지식도 문제지만 또 그런 선지식을 인가 해준 위의 선지식도 문제라고 생각 합니다. 세 번째는 인가의 다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털끝만큼의 미혹도 인정하지 않는 인가가 어느 단체에서는 마구잡이로 이루어져 그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수행을 하다 뭔가 좀 얻어지는 것이 있으면 스승이 그를 인정하여 한 소식 하였네, 뭐가 터졌네 하면서 인가를 받았다고 자랑을 합니다.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인가를 크게 신뢰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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