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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도론』 ⑪

기자명 법보신문

무상·무아를 체험으로 통달하는 것이 지혜

마음집중(삼매)수행의 다섯 가지 공덕의 두 번째로 심신의 생멸을 있는 그대로 보는 위빠사나 지혜를 얻게 된다고 하였다. 이제 『청정도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인 지혜에 대해서 살펴본다.

마음집중(삼매)를 닦은 다음에 지혜(통찰지, 반야)를 닦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청정도론』은 14장에서 23장까지 다루고 있다. 먼저 14장은 다섯 무더기(五蘊)에 대한 고찰인데, 오온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혜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고, 그 특징, 작용(역할), 나타남, 가까운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 지혜의 종류와 닦는 방법, 지혜의 유익함(공덕)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지혜(반야)란 좋은 마음(善心)과 연결된 위빠사나(통찰)에 의해 얻은 참된 앎(智)를 말한다고 간단히 정의하고 있다. 열반을 얻는데 도움이 되며, 심신의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 얻은 참된 앎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인 번뇌를 끊어내는 지혜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청정도론』은 지혜의 의미란 무엇인가라고 물음을 던지면서, 인식 또는 지각(想)과 의식 또는 분별(識)과 지혜(慧)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인식 또는 지각은 어떤 대상이 ‘푸르다’ ‘노랗다’는 정도를 아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무상하고 고이며 무아인 특성까지 알지 못한다. 의식 또는 분별에 의해서는 어떤 대상이 ‘푸르다’ ‘노랗다’도 알고, 그 대상이 무상하고 고이고 무아라는 사실도 이해한다. 하지만 수행의 힘이 없기 때문에 깨달음(道)을 이루지 못한다. 분별하는 의식의 작용, 합리적 이성,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번뇌를 끊어내는 깨달음의 문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지혜에 의해서는 지각과 분별의식의 한계를 넘어서 수행의 힘, 정진의 힘에 의해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상, 고, 무아를 체험적으로 통달하는 것이 지혜의 의미라고 정의하고 있다.

『청정도론』에서는 지각과 분별의식과 지혜를 구분해서 설멱하기 위해서 비유를 들고 있다. 분별없는 어린아이는 지각에 비유되고, 시골 농부는 분별의식에 비유되며, 금 세공인의 지혜에 비유된다. 동전을 본 어린 아이는 그 모양이나 색깔만을 알 뿐이지 그 가치를 모른다. 시골 농부는 동전의 모양이나 색깔도 알고, 그 가치도 알고 있지만, 어느 동전이 진짜 금화이고 가짜 금화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금세공인은 동전의 모양과 가치 뿐만 아니라, 진짜 금인지 가까인지도 알아낸다. 그리고 그 동전이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안다.

지혜의 특징은 법(法, 무위법과 유위법)의 고유한 특징(自性)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 작용(역할)은 법의 고유한 특징을 덮는 몽매함(痴, moha)의 어둠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지혜는 몽매하지 않음으로 나타나고, 가까운 원인은 마음집중(삼매)이다.

지혜의 종류에는 1가지에서 4가지로 분류하여 총 12가지 종류를 들고 있다. 1가지 지혜로는 ①법의 고유한 특징(自性)을 꿰뚫어 보는 것이고, 2 가지에는 ②세간과 출세간의 지혜 ③ 번뇌가 없는 지혜, 번뇌가 남아 있는 지혜 ④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지혜 ⑤기쁨을 동반한 지혜, 평정을 동반한 지혜 ⑥ 깨달음의 첫 체험(見道)의 지혜와 윗 단계의 깨달음을 닦는(修道)의 지혜가 있다. 세 가지 지혜에는 ⑦부처님 법을 듣거나 공부해서 생기는 지혜(聞慧), 법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서 얻은 지혜(思慧), 법에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몸과 마음의 생멸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수행을 통해서 얻는 지혜(修慧)의 문사수(聞思修)의 지혜 ⑧제한된 대상에 대한 지혜, 고귀한 대상에 대한 지혜, 무량한 대상에 대한 지혜 ⑨ 증장시키는데 능숙한 지혜, 손상시키는 데 능숙한 지혜, 수단에 능숙한 지혜 ⑩내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 외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 내적, 외적인 오온에 대한 지혜가 있다. 네 가지 지혜에는 ⑪고집멸도 사성제에 대한 지혜와 ⑫네 가지 뛰어난 분석(四無碍解) 의 지혜가 있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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