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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비둘기를 살린 살바달 왕

기자명 법보신문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목숨도 버린 보시행으로

「불교대사전」에 나와 있는 ‘인욕(忍辱)’의 의미는 ‘참고 견디는 것’이다. 한문의 의미만을 해석하자면 모욕이나 박해를 참고 견딘다는 뜻이지만 인욕에는 보다 포괄적 의미의 ‘인’을 포함하고 있다. 인욕의 산스크리트어 표기를 살펴보면 ‘크샨티(ksanti)’로 ‘참다’는 뜻과 함께 ‘이해하다’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얼핏 보아서는 한 단어의 쓰임새가 무척이나 다르게 여겨지지만 이것은 잠시 생각해볼 대목이다.

인욕은 그 실천을 통해 일체중생 누구라도 성불할 수 있다는 육바라밀 수행 덕목 가운데 하나다. 사바세계란 뭇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고 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다보면 내 생각이나 형편과는 다른 이, 혹은 이해하거나 용납하기 어려운 대상과 마주쳐야할 일이 수 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과 부대껴 살며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차이와 어려움조차 참고 견뎌내야 할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밑바탕을 이뤄야한다.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 처지가 비록 나와는 다르더라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깊은 노력이야 말로 인욕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이름인 것이다. 인욕이라는 단어에 ‘이해하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은 이런 뜻이 아닐까 싶다.

인욕의 이러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경전 속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비둘기를 살린 살바달 왕’ 이야기다. 『육도집경』에 설해져 있는 이 이야기는 성불을 이루기 위해 보살이 행해야할 여섯 바라밀행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으로 불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먹이를 사냥하는 매의 추격을 피해 살바달 왕의 품으로 날아든 비둘기가 눈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고 간청하자 왕은 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비둘기를 내놓으라는 매의 요구를 거절한다. 하지만 매는 “비둘기는 나의 먹이니 잡아가지 못한다면 나의 목숨 또한 지키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고 왕을 채근한다. 고민에 빠진 살바달 왕은 비둘기의 목숨을 구하면서 매가 굶어죽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살을 떼어 준다. 하지만 매에게 비둘기 무게만큼의 살을 떼어주기 위해 아무리 몸을 도려내도 저울의 무게는 자꾸 비둘기 쪽으로만 기울어진다. 결국 왕은 자신의 온몸을 매에게 내어주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는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행에 관한 비유의 말씀이지만 그 속에선 인욕의 참된 의미가 엿보인다. 살바달 왕은 비둘기를 요구하는 매의 입장, 나아가 비둘기를 대신해 먹을 고기를 달라는 요구조차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매에게서 비둘기를 빼앗을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짐승의 고기를 주는 것 역시 또 다른 살생이 된다는 살바달 왕의 깊은 이해는 자신의 몸을 도려내는 극심한 고통마저도 참아 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살바달 왕이 자신의 몸을 매의 먹이로 주는 고통과 모욕을 참아내고 매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조차 없이 자신의 몸을 보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깊은 이해 곧, 인욕바라밀이 밑거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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