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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땅꾼을 살린 반달용왕

기자명 법보신문

고난-모욕 참아내며 수행으로 승화
용서함으로써 타인의 악업까지 막아

달라이라마의 수행원으로 30여 년간 그 분을 곁에서 지켜본 중국인 빅터 챈은 2004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달라이라마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거의 반세기에 걸쳐 단 한 번의 휴식기도 없이 수행을 지속해 왔다. 그는 끊임없이 시기, 분노, 질투 등 부정적인 마음을 제거하고 친절, 자비 등 긍정적인 감정을 키워나가는 수행을 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나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사람에게 조차 미움이나 나쁜 감정을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라하며 심지어 “자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행동”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달라이라마가 반평생을 거쳐 타인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제거하는 인욕 수행을 계속해온 것이 오직 자신의 수행만을 위한 것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의 수행이 친절과 자비행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오늘날 ‘자비의 화신’이라는 칭송을 얻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타인에게 원망이나 미움의 감정을 갖지 않는 인욕수행의 효과는 자기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금강경』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정각을 이루기 전 보살의 몸으로 육바라밀을 수행하며 무려 500생 동안을 인욕선인으로 사셨다고 하는데 그때의 수행담이 담겨있는 『육도집경』을 살펴보면 인욕수행의 이러한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부처님이 전생에 용들의 왕인 반달용왕으로 살고 있을 때다. 용왕은 수행하기에 뜻을 두었지만 많은 부인을 거느린 화려한 생활이 계속되는 까닭에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반달용왕은 지상으로 내려와 뱀으로 몸을 바꾸고 나무 밑에서 수행하였는데 그만 뱀을 잡아 구경꺼리로 삼는 땅꾼에게 잡히고 말았다. 용왕은 땅꾼에게 붙들려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니며 춤을 추고 재주를 보이는 모욕을 당해야 했다. 한편 지상으로 내려간 용왕이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와 부인이 지상으로 내려가 용왕을 찾아 헤매다 땅꾼에게 매를 맞으며 억가달 국왕의 궁전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는 반달용왕의 모습을 발견했다. 어머니와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억가달 국왕에게 자초지종을 호소했다. 이에 왕은 반달용왕을 놓아주도록 명령하고, 용왕을 욕보인 땅꾼을 죽여 용왕의 욕됨을 갚으려 했다. 그러자 반달용왕이 간청했다.

“제가 숙세에 행하여 심은 바를 이제 마땅히 과보로 받는 것이옵니다. 땅꾼을 죽이시면 뒤에 원수를 더함이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그를 살려 주십시오. 넓은 자비가 이와 같아야 부처님의 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달용왕은 그 자신의 힘만으로 땅꾼을 제압하거나 심지어는 죽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행자였던 반달용왕은 인욕행을 통해 고난을 수행의 과정으로 승화시켰다. 나아가 다른 이가 땅꾼을 죽여 살생의 업을 짓는 것까지 막아냈으니 인욕바라밀을 통한 반달용왕의 용서는 살인의 업에 떨어질 뻔 했던 억가달 왕을 구해낸 자비행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인욕 수행이 없었다면 자비의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땅을 구하지 못했음이 자명하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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