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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팔경법’ 부처님이 제정했다?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7.01.3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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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 스님 “관습 따른 붓다의 고육책” 주장
해주 스님 “관습에 연연했을리 없다” 반박

2500여 년 전, 당시 인도 사회의 엄격한 계급제도인 카스트를 부정하고 평등을 주창했던 불교. 특히 부처님은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어 귀히 여겨야 한다고 밝히면서 평등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불교 승단 내에서는 비구·비구니의 불평등 조항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비구니 스님이 비구 스님을 존중하고 공경해야 할 여덟 가지 종류의 법이라는 ‘비구니팔경법’이다.

각 조항마다 다분히 성적 차별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이 법은 부처님의 평등사상과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계율을 전공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부처님이 이 법을 제정했을까’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거듭해 왔다.

부처님 평등사상에 위배

최근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불교학연구」15호(2006.12)에 기고한 「비구니팔경법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각 부파의 율장과 경장은 물론 비구니계의 바일제법에도 비구니팔경법이 명시돼 있는 것을 미뤄볼 때 팔경법은 부파로 분열되기 이전 이미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이는 당시 인도사회 문화적 상황 속에서 승단을 유지시키기 위한 붓다의 고육책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마성 스님에 따르면 붓다 스스로도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깨달음의 주체임을 인정했지만 당시 인도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매우 낮았고,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한다는 것은 당시 바라문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당시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급진적 개혁은 오히려 당시 사회로부터 불교승가 전체가 외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부득이 사회적 관습을 따르도록 하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 팔경법을 제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해주 스님은 “정각을 이루고 당시 불합리한 사회 관행 및 제도를 부정하며 승가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던 부처님이 사회적 관습에 연연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더욱이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수드라 출신의 출가를 허락하면서 당시 대부분 왕족 출신이었던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으로 팔경법은 부파불교 말기 시대 비구 중심의 승단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구니팔경법이 언제 누구에 의해 제정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불교 승단에서는 여전히 비구·비구니 차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팔경법을 제정할 당시의 상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팔경법이 과거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제정됐다면 그것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비구·비구니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성 스님 역시 “비록 부처님 당시 시대적 상황에 의해 팔경법이 제정됐더라도 오늘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따라서 팔경법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수정하거나 비구·비구니 승가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별도의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맞는 새 규정 마련해야

해주 스님도 “부파불교 말기 제정된 팔경법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비구·비구니 교단이 만인에게 이익을 주는 전법을 펼치기 위해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비구 공경해야 할 여덟 가지 규정
‘비구니팔경법’이란

비구니팔경법은 비구니가 비구를 존중하고 공경해야 할 여덟 가지 종류의 법을 말한다.

우선 △백세 비구니일지라도 새로 계를 받은 비구를 보면 마땅히 일어나 예배해야 하고 △비구를 욕하거나 꾸짖거나 비방해서는 안된다. 또 △비구니는 비구의 죄를 드러내거나 기억해서도 안되며 △비구로부터 구족계를 받겠다고 청해야 하며 △승잔죄를 범하면 보름동안 마나타를 행해야 하며 △보름마다 비구에게 교수해 주기를 청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구니는 비구가 없는 곳에서 하안거를 해서는 안되며 △하안거를 마치면 마땅히 비구승가 중에서 보고, 듣고, 의심한 것에 대한 삼사를 자자할 비구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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