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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선법회 34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은 12연기 관찰로 무명·갈애 소멸
경전 입장에서 볼 때 ‘견성 즉 성불’은 모순

선가에서 견성성불을 말하는데, 어떤 분들은 견성이 곧 성불이라고 하고 어떤 분들은 견성이 성불이 아니라고 합니다. 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래전, 거의 삼십년은 되었지 싶습니다. 성도재일 날 큰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어느 법회에 참석 한 적이 있습니다. 법상에 오르신 큰스님은 한동안 양구를 하시었습니다. 양구란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사부대중이 조용히 큰스님의 법문을 기다리고 있는데 큰스님이 주장자를 높이 들어 법상을 치셨습니다.

그리고 말문을 열기를 ‘오늘은 인간 석가모니가 무상대도를 깨달아 부처를 이룬 날입니다. 경을 보면 부처님은 보리수 하에서 새벽에 떠오르는 샛별을 보고 성도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승은 그렇게 생각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샛별을 보고 도를 깨치신 것이 아니라 샛별을 본 그 놈을 보고 도를 깨치신 것입니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한 수좌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큰스님께서 부처님이 샛별을 본 그놈을 보았다 하셨는데 그놈은 어떤 놈입니까?’ 고 물었습니다.

큰스님은 주장자를 높이 들었습니다. 답하기를 ‘여기 한 물건이 있다. 이놈은 일찍이 난적도 없고 죽은 적도 없다. 펼치면 법계도 모자라고 오므리면 겨자씨도 크다. 수좌야 보느냐? 만약 이 자리에서 바로 보았다면 내 그대를 부처 상투위에 앉았다 하리라.’ 수좌 스님이 아무 말 못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지나간 얘기입니다만 견성과 성불의 관계를 물으니 생각이 나서 소개했습니다.

이 문답에서 보면 큰 스님은 견성을 성불로 보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견성을 하고 나서 또 수행을 하여 부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견성을 바로 하기만 하면 즉시 성불이 된다는 것입니다. 근래의 최고 고승으로 추앙 받는 어떤 선사께서도 이와 같은 법문을 하셨습니다. 선사께서는 그분의 저서에서 견성을 ‘성품을 철견한 경지’로 정의 하고 ‘성품은 다름 아닌 불성’이다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큰스님은 이 불성을 바로 보면 곧 성불 하는 것이지 성불이 다른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분들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선가에서는 견성을 성불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견성과 성불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견성과 성불은 같은가 다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견성과 성불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교리적 측면에서는 견성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성이 있다고 열반경에서 설하고는 있지만 불성을 보았다고 해서 성불 했다고 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부처님은 샛별을 본 그놈이나 불성을 보고 성도를 하신 것이 아니라 십이 연기를 관찰 하시고 무명과 갈애를 소멸 하셔서 성도를 하신 것입니다. 선가에서는 깨달음을 이루는 조건을 먼저 성품을 보는 견성에 두고 있지만 부처님은 견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고 부처를 이루는 조건을 무지와 갈애의 완전한 소멸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견성의 경지 또한 무지와 갈애가 소멸 된 경지라는 점을 인정 합니다.

하지만 경전에서는 성불한 부처의 존재를 견성한 분이라거나 깨달으면 곧 부처라는 식으로 표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처는 한량없는 보살도와 선정을 통하여 덕상과 지혜와 변재와 자재한 신통을 지니고 무변한 자비를 행하시는 분으로 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처를 이룬다는 의미의 성불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고 있습니다. 저는 견성 했다하여 부처의 행까지 완성 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견성의 경지가 어찌됐던 간에 견성을 성불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것은 견성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성불이라는 의미를 선가의 견성적 입장에서 보지 않고 경전의 부처님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 입니다. 견성한 도인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견성한 부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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